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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_ 6. 실천 (에필로그)

by 근아

아들의 2주간의 방학이 어제 시작되었다.

아들은 방학을 맞이하며 자신만의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 이벤트는 바로 하루 밤을 꼬박 새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들렸지만, 방학 전날이 되자 꽤나 철저한 계획들이 짜여 있었다. 올빼미형 아빠와 새벽형 엄마의 취침, 기상 시간을 확인하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의 시간까지 정리해 두었다. 초콜릿을 먹으면 잠을 못 자니 초콜릿 두 봉지를 구입해야 한다면서, 학교가 끝난 후 슈퍼에 들러 사 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지금은 4시에 일어난 엄마 옆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하품이 연달아 나오고, 눈은 게스츠레하지만 일출을 보고 자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나는 진심으로 아들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다. 4시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10살 아이가 밤을 새운다는 것은 조금 걱정되는 일이었다. 내 옆에 누워있는 아들에게 이불 하나를 덮어주며 따뜻한 나른함을 건네주었다.


새근새근. 그의 숨소리가 들린다.

아들은 결국 잠들었다.


어쩌면 아들에게는 내가 '악마'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목표를 가로막고, 그가 세운 계획을 따뜻한 이불속 잠으로 이끌어버린, 그 '악마의 속임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도전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실패를 단순한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 이것은 다음번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며, 아들은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실패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실패란 그저 끝이 아니라,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 위의 한 걸음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ㅡㅡ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내 모습이 보인다.

아들이 내 모습을 보고 배운 걸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나 역시 마음속 깊이 간절한 바람 하나를 품고,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필요한 것들이 떠오르면 준비하고,

없는 것은 구입하고,

내가 부족하면 나 자신을 더 키운다.

그리고 실천에 옮긴다.


실천만이 그 간절함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길이기에.


삶은 실천의 연속인 듯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실천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다. 아들이 밤을 새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처럼, 나 역시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또 다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천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실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패는 더 나은 실천을 위한 귀중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실패를 통해 무엇이 부족했는지 깨닫고, 그 부족함을 채워가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끊임없는 실천과 그 실천 속에서 얻는 성장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나아가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6주간 매주 6개의 글을 쓰는 과정을 마무리합니다.


처음 기획에서는 조금 벗어난 글의 흐름이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저만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느끼고, 그 과정을 담아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번외적으로 여러 가지 에피소드 이야기를 추가로 발행하려 했으나, 이 글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브런치북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브런치북에 적힌 여러 가지 저의 생각들은 길게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성장한 11개월의 과정이며, 짧게는 매일매일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나의 성장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깊은 사유를 하며, 저만의 철학을 담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 이어지는 브런치북은 [ 내가 머무른 그 1시간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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