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나만의 알 속에 나를 숨겨놓고 나오지 못하겠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었다.
그곳은 마치 나를 보호해 주는 안락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세상이 너무나도 버거워 보였고, 그 안에서 나를 지켜줄 무언가를 갈망했었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가 나타나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때, 4-5개월 전, 나를 코칭해 주던 다니엘은 나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도 너를 구해줄 사람은 없어. 심지어 나도 구해줄 수 없어.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역할도 아니야." 그 말은 나에게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웠지만, 그는 이어서 "너도 그들이 필요 없어. 너 혼자 그 알에서 나올 수 있어. 그리고 밖으로 나오면 너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모든 관계를 다시 만들어 갈 거야"라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참 나약하고 의존적인 존재였다. 알 밖으로 나가는 것이 마치 엄청난 위기를 불러올 것 같았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들에 대해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항상 그 안으로 다시 숨어들고 싶어 했다. 세상이 두렵고, 나 자신이 작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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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나의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나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내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듯이, 다른 이들도 그들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이 나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나는 그들의 존재를 진심으로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자, 나는 자연스럽게 "놓아버림"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나의 삶을 비워내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의존했던 사람들 역시 놓아버리기로 결심했다. 내가 그들을 붙잡고 있으면, 그들 또한 나에게 붙잡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동안 끊어내지 못했던 관계를 태워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에 벌어질 모든 일들을 내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들로부터 도움이나 위로를 기대하지 않고, 오직 나 자신에게서 해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독립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과연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불안감과 고독을 동반했지만, 동시에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내 삶에 대한 주체성,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은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가 의존했던 관계들을 끊어내고 홀로서기를 선택하면서, 나는 비로소 독립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독립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타인에게 기대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상태는 나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 자유로움은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상의 것으로 이어졌다.
또한 독립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중용(中庸)이었다. 나의 삶을 온전히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모든 일의 양면을 살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긍정과 부정을 함께 받아들이며 나아가기로 했다. 이는 나의 삶에 있어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구입했던 쇼펜하우어의 책 <소품집>(주)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었다. "독립심과 여유는 중용과 절제의 대가다." 이 말은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내가 독립을 통해 얻게 된 것은 중용이라는 철학적 성찰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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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약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세상밖으로 나오기가 두렵다 한다면, 나 또한 다니엘이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할 것 같다. "너 혼자 나올 수 있어. 그리고 나와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나누고 싶다.
(주)쇼펜하우어 소품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페이지 2 북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