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Sep 30. 2024

6년의 시간 속, 1시간 (프롤로그)


프롤로그


나는 6년 전 호주에 온 이후,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언어도, 문화도, 나를 둘러싼 환경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금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 낯섦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내 안에 있던 진정한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익숙한 틀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과정 속에서, 그리고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생각들이 재정립하는 과정 속에서 얻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호주의 드넓은 하늘과 자연, 그리고 이곳에서 접한 예술의 세계는 나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었고, 새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 6년의 시간 속, 1시간.


그 1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느 순간부터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그 소소한 1시간의 시간들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상의 소리를 듣고, 나의 마음과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그 1시간을 바라보며 느끼는 기쁨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나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러한 시간이 쌓여가며, 나의 삶은 더욱 깊이 있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브런치북 [내가 머무른 그 1시간]은 바로 그 여정의 기록이다.





ㅡㅡ

Ep. 01


일요일 새벽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집 앞을 지나가는 이도 하나도 없고, 나에게 들리는 소리는 새소리뿐이었다. 책을 읽는 대신, 창밖을 바라보며 일출의 하늘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블라인드를 올리니, 깜깜할 거라 생각했던 창밖은 이미 해가 모든 곳을 비추고 있었고, 나의 시야에는 정원의 새로운 색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어두운 새벽이라 생각했는데, 자연은 이미 자기만의 색을 가득 담아 나의 정원을 빛내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잠시 빠져들어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내가 바라보던 그 정원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진 한 장을 찍겠다고 밖으로 나섰지만, 나는 여기저기 살펴보느라 정원에서 무려 1시간 이상을 보내고 말았다. 겨울 동안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정원 속에는 이미 봄꽃이 왔다간 흔적이 보였고, 여름꽃들은 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작년에 이사 온 이후 보지 못했던 꽃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반가워, 마음속에서 설렘이 차올랐다.


" 나는 오랫동안 야생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차마 내 발로 무심히 밟고 지나갈 수 없는 끝없는 자연, 개똥지빠귀의 노래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시간이 늘 아침에 머물러 있는 숲. 풀에는 이슬이 맺혔고 날은 영원히 새지 않는다." 소로의 일기 (주)


소로처럼 나도 정원 속에서 마치 나만의 작은 야생을 발견한 듯했다. 관심 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기쁨을 찾고, 처음 보는 꽃들에 뜻밖의 설렘을 느꼈다. 싫어하던 꽃들조차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고, 죽어가는 꽃들에게서는 생명의 끝자락에서 빛나는 독특한 색을 발견했다. 숨겨진 곳에서 피어난 작은 꽃들은 마치 나의 숨은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하나의 관찰을 하겠다고 나선 후, 나는 정원에서 수십 가지의 생각과 깊은 사유로 이어지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마음이 충만해졌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창밖에서 다시 바라본 정원은 아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는 내가 보낸 시간과 나만의 특별한 의미가 정원의 모든 식물 하나하나에 스며든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그 정원 안에는 나의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이 함께 자라날 것이다.


그 1시간 동안 나는 자연을 관찰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삶의 의미와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꽃들이 피고 지는 과정 속에서 나의 삶도 변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깨달음은 내 하루와 삶을 더욱 깊이 있게 채워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순간들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으며, 나는 매일의 작은 여정 속에서 계속해서 나를 찾아가고자 한다.






(주)소로의 일기, 핸리 데이비드 소로, 갈라파고스, 20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