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전 2시간 동안의 소묘 수업과 오후 2시간의 아크릴 페인팅 수업은 나에게 단순한 예술 학습의 시간은 아니다. 총 4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수업은, 손과 눈을 쓰는 시간인 동시에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시간이다. 그러니, 이 긴 시간 동안 완성해 내는 그림은 그저 한순간 지나가는 일회성 작품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나의 내면의 이야기가 함께 그려지는 셈이다. 그림을 그리는 손의 움직임은 무의식의 행동일 뿐,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삶과 주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수님의 설명이 20분에서 30분 정도 이어진다. 이 시간은 단순한 기법에 대한 설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교수님의 말속에서 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만의 철학적 사유를 더해간다. 그렇게 4시간 동안 나는 그림과는 직접적 상관없는, 그러나 내 내면에 깊이 자리한 생각들을 함께 그려낸다. 나의 마음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경험한 세상과 그 의미를 되새기는 나 혼자만의 조용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이 브런치북에 기록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날 완성한 그림을 집으로 가져가 현관 복도에 전시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시작한 엄마의 귀여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 그림이 나와 아이들 간의 대화의 시작점이 되어갔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는 그림을 그리며 떠올린 수많은 생각들을 아이들과 함께 나눈다. 그림은 더 이상 나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갔다. 그 속에는 나의 감정, 아이들의 호기심, 그리고 우리 사이에 흐르는 깊은 교감이 담겨 있다.
수업에서 배운 기술들은 내가 작업하는 일러스트 속에 즉각적으로 적용된다. 수업에서 배운 새로운 기법들은 즉각적으로 나의 작업에 적용하는 편이다. 때로는 동화책을 그리는 과정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수업 중에 해결하기도 하고, 수업에서 발견한 테크닉을 동화 속 장면에 녹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진행 중인 일러스트 작업은 아트 수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속에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내 작업과 연결된 예술이 되어간다.
더불어, 수업 중 나눈 선생님들과의 대화, 다른 학생들과의 짧은 대화조차도 나의 그림 속에 반영된다. 그들의 의견, 그들의 시각이 나의 시야를 넓혀주고, 그로 인해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그림을 완성해 간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엮여, 나의 작업은 다채로운 이야기와 생각들이 공존하는 공간이 된다.
결국, 그 어떤 사진을 모방해 그렸더라도, 완성된 그림은 나만의 색과 이야기를 담아내며 재탄생된다. 나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그림은 내가 그림과 나눈 대화의 산물이며, 나의 경험, 생각, 그리고 감정이 결합된 나만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간다.
"어떤 화가는 내게 말하기를 '어떤 사람도 자지가 어느 정도만큼 나무가 되지 않고는 나무를 그릴 수 없다. 그리고 다만 그 모양의 윤곽만을 연구해 가지고는 어린아이를 그릴 수 없다 - 다만 잠시 어린아이의 동작과 유희를 지켜보는 동안에, 화가는 어린아이의 본성에 파고들어 비로소 어떠한 자세의 아이도 임의로 그릴 수 있다'고 하였다. - 에머슨 수상록"
(주) 에머슨의 수상록, 서문문고,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