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 호주를 담다] 새로운 브런치북을 매주 목요일, 금요일 발행합니다.
지난 일요일, 나는 오래 품어온 꿈을 다시금 떠올리며, 1년 후, 2024년 12월에 영국으로 잠시 떠날 계획을 글로 적었다. ( <영국에 가기로 했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 글 참조) 그 계획은 나에게 있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또 한 번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는 순간, 나는 자연스레 호주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더 깊은 뿌리를 내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해외 유학에 대한 꿈은 중학교 시절부터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 꿈은 단순한 동경을 넘어선 것이었다.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예중 같은 반 친구들을 보며 나도 그들의 여정을 나름의 방식으로 따라가고 싶었고, 이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무엇을 찾아 떠나고자 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희망 속에 나를 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꿈이 시들어가듯, 차츰 잊힐 줄 알았던 그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은 호주에서 삶이었다.
6년 전, 호주에 처음 발을 디디며 나는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설렘을 느꼈다. 어릴 적 상상 속에서만 그려졌던 ‘외국에서의 삶’이 이제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이루고자 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손에 잡히는 기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맞이한 첫날은 낯설고 막막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불확실성이 오히려 나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힘이 된듯 하다.
호주에서 이룬 첫 번째 꿈은 아마도 새로운 배움을 시작한 것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학문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얻는 경험은 내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열어주었다. 마치 익숙한 그림 속에 전혀 다른 색을 더하는 순간들처럼, 그들의 가치관과 지식은 나를 자극했고, 동시에 내가 지닌 고정관념을 하나씩 지우며 새로운 나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 되었다.
이루고자 했던 두 번째 꿈은 아마도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단지 남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곳에서의 배움은 철저히 자기 주도적이었다. 모든 선택은 나에게 달렸고, 그 선택들이 모여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야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 순간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들 속에서 나는 나의 위치와 정체성을 되묻게 되었다. 내게 있어 외국에서의 삶이란 단순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주에서 이뤄낸 가장 큰 꿈은 바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외로움과 고독, 새로운 문화에 대한 도전과 때때로 느끼는 소외감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부분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는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약한 모습들, 무의식 속에 묻어두었던 불안과 두려움이 때로는 힘겹게 밀려들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지를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오랜 시간 막연히 꿈꿔왔던 것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며, 동시에 꿈이란 것이 단지 목표를 이루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꿈이 때때로 나의 삶을 재정의하게 만들고, 지나온 길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주며, 또한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무언의 나침반처럼 느껴졌다. 나는 호주에서의 생활을 통해 삶이 주는 이러한 가르침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이제 1년 후 영국으로 새로운 경험을 위해 잠시 떠날 준비를 하며, 나는 또 하나의 여정을 앞에 두고 있다. 호주에서 하나씩 이뤄온 꿈들이 내게 준 깨달음과 함께, 나는 이루지 못한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려 한다. 앞으로의 호주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새롭게 시도할 다양한 경험들과 그 속에서 만날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가며 또 다른 꿈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