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Dec 18. 2024

실패를 선택했고, 성공을 이뤘다.

어느 날 새벽, 브런치에 글을 쓰던 중 불현듯 나 자신에게 물었다.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어느 순간 의미 없이 느껴졌다. 마치 로봇처럼 습관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스쳤다. 이 반복 속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를 향한 질문이 떠올랐다. 이 루틴을 왜 계속하는가? 두려움 때문인가, 아니면 진짜 원하는 바가 있어서인가?


때로 어떤 길을 계속 걸어가는 이유는 확신이 아니라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실패에 대한 불안이나 멈춤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반복되는 삶 속에 가둬버리곤 한다. 하지만 동시에 루틴은 나에게 질서와 성취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렇게 두려움과 의미 사이에서 나는 갈팡질팡 서 있었다.


이런 의문이 찾아온 것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남아있는 질문은 ‘이대로 괜찮은가?’였고, 지금까지 묵묵히 걸어온 길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실패란 무엇일까? 멈춘다는 것, 아니면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는 것을 나는 실패로 여겼던 건 아닐까?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실패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멈춤 속에서 나를 새롭게 발견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더 명확히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나에게 남아있는 질문은 단 하나였다. “이 길을 내가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두려움이 나를 이끌고 있는가?” 두려움에 붙잡혀 선택을 미룬 채 반복하는 것은 진짜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의 끝에서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나의 새벽루틴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의 습관과 생활을 비워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두려움이 찾아왔다. ‘만약 진짜로 실패한다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그러나 그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 보니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 두려움의 실체를 확인하면 그 두려움은 바로 사라진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두려움을 직면하자 그것은 막연한 걱정에 불과했다. 마음이 가벼워졌고, 더 이상 나를 가두지 않았다.


둘째, 잠시 비워진 시간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며 진짜 내 모습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루틴이 주는 질서와 의미가 분명 있었지만, 그 안에서 잃어버렸던 나만의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셋째, 브런치 글을 내려놓으면서 내가 글을 통해 진짜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연결하고 싶은지 더 명확해졌다.




이 경험은 단순히 루틴을 벗어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두려움과 마주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막연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나는 선택에서 자유로워졌고, 그 안에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진정한 자유는 실패조차 내가 선택하는 것이었다. 두려움에 이끌리지 않고 내가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순간, 삶은 더 이상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의식적인 창조가 되었다.


루틴은 나의 하루를 설계하는 중요한 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나를 잃어버린다면, 그 반복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에 갇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이 나를 이끌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두려움은 더 이상 나를 가둘 수 없게 되었다. 실패를 마주하더라도, 남는 것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선택한 자유와 확신이었다.


이는 실패가 아니고 나만의 성공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