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브런치 작가가 되어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브런치북을 연재해 왔다. 글을 쓰는 방식은 여러 차례 진화했다. 월·수·금, 화·목, 토, 일 이렇게 네 개의 브런치를 동시에 발행하기도 했고, 한 가지 주제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주 6개의 글을 6주간 연재하기도 했다.<나를 들여다보는 6개 시선_큐브 1/2 참고> 이는 일정한 생각의 흐름과 리듬을 찾기 위한 실험이었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중요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 가능성을 탐색했다.
하지만 현재 발행 중인 maypaper issue 01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었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시선에서 나의 삶을 기록하려 했지만, 멜버른 여행, 한국 방문, '엄마의 유산' 이벤트처럼 예기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글쓰기의 흐름이 끊겼다. 특히 한 편의 글에 온전히 집중하여 깊이 있는 문장을 완성하는 일이 어려웠다. 글쓰기에 필요한 환경이란 단순한 시간이 아닌, 글을 충분히 사유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까지 포함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나는 어느새 글이 아닌 일정에 쫓기고 있었다.
예상했듯이, 환경의 변화는 글쓰기 루틴을 크게 흔들었다. 한국 방문으로 생활 패턴이 흐트러졌고, 하루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웠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 머무는 동안, 글쓰기가 단순한 작업이 아닌 내 삶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흐름과 내면의 안정이 필수였다. 불규칙한 생활은 글쓰기 리듬을 깨뜨렸고, '연결'이라는 1월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룰 여유를 앗아갔다. 매일의 생각을 의미 있는 글로 엮어내기가 쉽지 않았고, 하루하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게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매주 일정량의 글을 써서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가야 했지만, 점차 계획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방향을 전환했다. 최소한 주 2~3개라도, 주제와 관계없는 글이라도 계속 발행하기로 했다.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어떤 형태로든 이어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것이 나 자신과의 유일한 약속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버텨내어 1월의 마지막 날에 이르렀다. 한달동안 19편의 글을 썼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실패가 하나 있다. 원래는 글뿐 아니라 잡지 형식의 레이아웃과 이미지를 함께 구성하여 디자인 작업까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디자인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이번 1월호는 실패작이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의도된 실패, 혹은 성공적인 실패일지도 모른다. 실패라는 과정 속에서도 나는 계속 전진했으니까.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 상황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을 관찰하고 실험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은 더 깊었다. 연결이란 단순히 외부와의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흐트러진 일정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나 자신과의 진정한 연결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 이 글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나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했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 속에서도, 나는 내 안의 작가적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이 '실패'를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성장의 증거로 만들어주었다. 때로는 계획된 성공보다, 이렇게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도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렇게 나는 다음 달을 맞이하며, 또 다른 실험을 계획 중이다.
월수금 < maypaper issue 02> - 2월의 주제 : 책
목 <브런치 작가 되길 잘했다> - 글쓰기 이야기
일 <엄마의 그림> - 그림, 디자인 이야기
( 금 <나의 삶에 호주를 담다> - 호주 해외생활 & 호주여행 이야기 )
( 토 <나의 삶에 나를 담다> - 나만의 삶과 자유을 찾아가는 여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