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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by 근아

한국에서의 19박 20일 여정을 마치고 호주로 돌아왔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월 27일 월요일, 저녁 비행기를 탔다. 새벽부터 내린 눈으로 모든 비행기가 지연되었고, 우리 비행기도 예상대로 2시간이나 늦춰졌다. 보딩을 마친 후에도 기내에서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추가 지연은 없었지만, 예정보다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비행기는 일반 게이트가 아닌 공항 외곽의 외딴곳에 정차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기내에서 픽업 버스를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호주 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비로소 내가 호주에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마치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선 듯했다. 활주로 위로 아른거리며 솟아오르는 뜨거운 열기와 눈부시게 강렬한 햇빛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오전 10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39도라니. 불과 몇 시간 전, 대설주의보가 내린 한국에서 경험한 영하의 추운 날씨와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조적이었다. 두꺼운 겨울옷을 입은 채로 입국심사도 받기 전에 맞이한, 전혀 준비되지 않은 호주의 한여름 날씨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계절의 경계를 넘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다.


공항건물에 들어서서 입국심사 대기줄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린 후, 친절한 직원을 만나 순조롭게 입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친절했던 직원은 우리의 입국카드에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적고는 "Have a good day"라며 인사를 건넸다. 왠지 모를 싸늘함이 느껴졌다. 마치 웃음 속에 숨겨진 늑대의 미소 같았다.


예상대로 세관검사대를 지나는 순간, 그 직원이 적어놓은 메모 때문에 우리는 정밀 세관검사를 받아야 하는 줄로 안내되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급하게 정리했던 가방 속 물건들을 떠올리려 애썼고, 그때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음식물이 생각났다. 우롱차였다. 음식물 반입이 까다로운 호주인데,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우롱차 세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가방이 스캔된 후, 세관원이 내가 걱정하던 가방을 가리키며 열어보라고 했다. 차곡차곡 정리된 화장품들 사이에서 우롱차가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했다. 다행히도 세관원은 그것을 화장품으로 오해했는지 더 이상의 검사는 하지 않았다.


긴장의 순간들이 모두 지나가고,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40여 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서울에 있는 동안 가장 그리워했던 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생명력 넘치는 초록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에 조화롭게 자리 잡은 다양한 주택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호주의 독특한 풍경들은 마치 오랜만에 돌아오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했다.


여행의 피로에 지쳐 어느새 잠든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며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아, 드디어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이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귀갓길이 주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2025년 1월 28일 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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