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출간 후기 01.
지난 12월, 나는 일러스트 작가이자 북디자이너로서 <엄마의 유산> 출간에 참여했다. 그리고 1월,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새벽독서 모임 멤버들과 소소한 만남을 가지며 출간축하모임을 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책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한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작은 제안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도 초대할까?”
누군가의 말이 마치 물수제비처럼 잔잔한 호수 위에 던져졌고, 그 파장은 점점 커져 갔다. 처음에는 몇 명 더 초대하는 정도였지만, 어느새 참석자가 계속 늘어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저 소박한 카페를 예약해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할 계획이었는데, 어느 순간 오프라인 50명, 온라인 20여 명이 참석하는 대형 모임이 되어있었다. 각자 부담 없이 모이는 자리였던 것이 점차 공식적인 행사처럼 굳어지더니, 결국 나는 그 모임의 호스트의 한사람으로써, 강연자의 한 사람으로까지 서게 된 것이다.
강연이라고 해도 거창한 무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처음엔 긴장할 겨를도 없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기에 떨리지도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걸까?!!'
모임 당일, 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마주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곳에 모였겠지만, 모두 책과 글을 사랑하는 분들이셨다. 공기 중에는 묘한 기대감이 감돌았고, 나는 그 안에서 나만의 조그마한 경험을 꺼내놓았다.
그 순간, 문득 떠올랐다. 처음 이 모임을 계획할 때만 해도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모든 흐름이 나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려온 것이 아닐까? 때로는 내가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머릿속에는 같은 말이 맴돌았다.
"정말, 우리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글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흐름을 그냥 따라가 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 함께해 주신 분들의 열정과 끊임없는 탐구심 덕분에 제2의 엄마의 유산, 제3의 엄마의 유산, 그리고 아빠의 유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매주 저자[지담]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고, 글쓰기 연습도 이어가며,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그 흐름 속에서 나 역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더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해,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독서 모임을 열었고, 많은 분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고 계신다.
이 모든 흐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나는 그저 한 권의 책을 만든 사람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유산>이 출간되고, 그리고 [위대한 시간] 북토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게 되면서, 나만의 작은 독서 모임이 생겨나면서 나 또한 점점 더 예상치 못한 자리로 나아가고 있었다. 일러스트 작가, 북디자이너로서, 그리고 브런치작가로서, 처음에는 단순하게 글을 나누고, 책을 이야기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선 흐름 속에 서 있는 기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바로 앞에서 말한 대로 ‘흐름을 믿어도 괜찮다’는 깨달음이다.
엄마의 유산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며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신기하면서도 벅차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면서도 나는 늘 ‘이것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를 궁금했는데, 이제는 그 의미를 더 이상 혼자 찾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함께 읽고, 함께 쓰면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유산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이들의 꿈이 한 곳에 모이고 있기에.
그리고, ‘나의 유산’을 나의 아이들에게 남길 준비를 하고 있다. 삶의 태도와 가치를 담은 유산 말이다. <엄마의 유산>에서 시작된 이 흐름이, 나에게도 새로운 유산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흐름을 잘 따라가 보는 중이다.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우리가 남기는 유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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