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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31. 2024

엄마, 나 배고파도 돼요?

근아 ㅣ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ㅣ 15

엄마! 나 배고파.

엄마! 나 배고파!

엄마~~!!! 난 배고프다고요!


아들은 만 9살. 이제 호주에서 4학년이 된다. 방학 동안 하루종일 몇 끼를 먹는지 모르겠다. 2-3시간마다 밥을 찾아대는데 진짜 배고픈 건지, 입이 심심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무조건 고기만을 달라하니, 냉장고에 고기를 사다 놔도, 금세 하루이틀이면 모두 사라진다.


아들은, 쌀밥 + 고기 + 양파, 애호박 볶음 + 김치

혹은 양파와 애호박을 넣은 참치 볶음밥

딱 이것만 먹는다. 편식주의자다.


아침엔 돼지고기.

오후엔 소고기.

저녁엔 참치.

이런 식이다.


점심을 주고, 설거지를 하고 좀 쉬다가 글그림작업을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어김없이. “엄마, 배고파”

다시 밥을 차려주고, 이번엔 설거지를 미뤄둔 채, 서둘러 다시 책상에 앉아 집중모드가 된다 싶으면, 어김없이. “엄마~~ 또 배고파.”

결국 글그림 작업은 포기하고, 잠깐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면, 어김없이. “엄마!!! 배고프다고!!!”


어느 날은 자기도 배고프다는 말을 하기가 미안했는지,

“엄마, 나 배고파도 돼?” 히죽히죽 내 옆에서 웃고만 있다.


사실 배고픔을 호소할 때마다, 난 이해가 안 됐었다. 

하루 1 끼 먹는 소식인, 나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냐. 

넌 지금 배고픈 게 아닐 거야. 

넌 밥 먹은 지 2시간도 안 됐어!

잘 생각해 바바. 

우유 먹을래? 

빵 구워줄까? 

처음 며칠은 이상하다 싶어서, 

아들을 설득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 밥+ 고기만을 먹겠다 해서, 한 달을 고기 + 밥 식단으로 먹였다, 근데, 진짜 한 달이 지난 후, 아들은 쑥쑥 커져있었다. 키도 크고 가슴통도 커지고, 듬직한 아들로 변신해 있었다. 4학년 아이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잘 먹으니 잘 크네.






이렇게 하루종일 먹는 아이가.

학교에 가면, 9시부터 3시까지.

오전에 작은 과자봉지 하나,

점심시간에,

조그마한 고기파이 하나,

혹은 조그마한 카레 밥 하나,

혹은 조그마한 고기 패티만 들어있는 햄버거 하나,

혹은 조그마한 시스(호주식 김밥) 하나,

이렇게만 먹는다.


이유는 딱 하나.

아이들과 놀아야 하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야외 운동장(잔디 운동장)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뛰어놀러 가야 하니, 점심은 거의 배고픔을 때우는 식으로 끝난다. 가끔 보온도시락에 볶음밥을 싸주면, 반도 먹지 않고 그대로 가져올 때가 대부분이다. 뜨거워서 먹을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를 대면서, 바로 배고파! 밥 주세요! 를 외친다.


점심을 제대로 먹고 왔어야지! 그래야 배가 안 고프지!


우리 아이만 이런가 했는데, 주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하다. 가끔 학교행사가 있어서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앉아 아이들을 보다 보면, 순식간에 점심식사는 끝난다. 제대로 된 식사 테이블도 아닌, 그냥 아스팔트 맨바닥,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대충 먹고 있는 아이들. 남자아이들은 식빵에 잼 바른 것을 입에 쑤셔놓거나, 일단 손에 들고 뛰기 시작한다.


앞에 앉아계시던, 다른 엄마들도 똑같은 말은 한다. 애들이 밥을 대충 먹고 와요. 도시락 많이 싸주면 싫어해요. 간단한 거 손에 들 수 있는 거만 싸가려고 해요. 


왜 이런 런치문화가 되었을까.


호주에 처음 왔을 때, 딸아이 친구 엄마가 해준말이 생각났다. 자기 아이들은 도시락을 자기가 준비하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빵에 잼만 발라가는 건데, 별로 해줄 게 없다. 중학교 올라가면 다들 그렇게 한다.' 그런 식으로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추천했었다.)


그게 무슨 런치지? 

의심스러웠다. 

그건 간식 아닌가?

아침도 시리얼만 먹는다면서.


엄마들이 싸주던 도시락을 

아이들이 다 안 먹고 오니, 

이제 엄마들도 저절로 포기가 된 건가?



그 엄마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의 런치박스가 간단했던 이유가 밝혀졌고, 분명해졌다. 






오늘 이렇게 호주의 도시락 이야기를 하면서, 런치 도시락 캠페인 아이디어 하나가 생각났고, 포스터를 디자인한다면, 이러한 문구를 넣을 듯싶다.


“선생님, 저 배고파도 돼요?”


하루종일 2-3시간마다 먹는 아들이, 학교에서는 간단한 도시락으로 런치를 끝내야 하는 환경은 조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양소가 제대로 갖춰진 음식이 제공하는 것이 부모들의 의무인지, 학교, 정부의 의무인지는 여기서 나의 의견을 펼치지는 않겠지만, (서양인의 경우, 개개인마다 다양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지만 ) 어떤 방법이든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요즘, 

아들의 요청으로 학교 매점에서 파는 런치를 주문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몇년을 더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요즘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진짜, 중학생이 되었을 때, 

식빵에 잼만 발라가는 아들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요리에 재미를 붙여 그의 편식도

스스로 고쳤으면 하는 바람도 포함하는 마음에서다.


가능하다면, 한국의 급식문화를 가져오고 싶다.





아들이 직접 요리한 어제의 아침식사. 

아침에 삼겹살. 


매일 다양하게 먹었으면 좋겠지만, 

호주의 시리얼 아침보다는 풍성하고 영양소 가득이라 다행이다.


                    






안녕하세요. 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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