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을 깎는 고통" 혹은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표현이 있다.
보통 극심한 희생이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어떤 일을 해내야 할 때 쓰이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고통스럽지만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거나 변화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에게 글쓰기가 그렇다.
애초에 글쓰기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잘 쓰고 싶어 도전했고, 어느새 15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글"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부담을 느낀다. 유명한 작가들조차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하니, 이 길은 끝없는 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아주 조금씩 글쓰기를 즐기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지금까지 27개의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그리고 문득, 각각의 브런치북이 마치 자전거의 톱니바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브런치북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무거운 쇠덩어리 하나가 던져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그 무거운 원형 쇠를 깎아, 정교한 톱니바퀴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감을 찾느라,
적절한 비유를 찾느라,
사실과 의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느라,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느라,
논리를 세우느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느라,
첫 문장에서 한참을 고민하느라,
문장을 다듬느라,
같은 문장을 여러 번 고쳐 쓰느라,
문장과 문장 사이의 흐름을 조율하느라,
감정을 담되 과하지 않게 조절하느라,
너무 익숙한 표현을 피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려 애쓰느라,
불필요한 단어를 덜어내느라,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느라,
완성했다고 생각한 글을 다시 들여다보며 고민하느라,
그렇게, 나는 하나의 톱니를 깎아낸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톱니를 만들기 시작한다.
반복해서 깎아낸 톱니가 어느덧 20개쯤 되었을 때, 처음 5개의 브런치북을 오픈하면서 매일 글을 쓰던 처음 3개월의 시간이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톱니를 어떻게 깎고 다듬어야 하는지 조금씩 익숙해졌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나만의 톱니바퀴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성된 18개의 톱니,
만들다가 포기한 아주 조그만 2개의 톱니,
그리고 현재 만들고 있는 7개의 톱니.
현재, 나에겐 27개의 톱니가 있다.
전체 톱니바퀴 시스템을 영어로 gear라고 한다. 기어 자전거는 다양한 기어비를 활용해 속도와 페달링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전거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평지에 따라 적절한 기어를 선택하며, 앞뒤 바퀴의 기어를 연결하는 체인이 이를 조율한다.
나는 요즘,
지금까지 만든 27개의 톱니들을 모아
나만의 기어 시스템을 만들어
자전거를 조립했다. 어설프지만,
일단 자전거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그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페달을 밟으며 출발점을 떠나고 있다.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번역하다] 매거진에 나의 글이 기고되었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통해, 다양한 제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어 글 플랫폼에 글을 포스팅 중이다. 일주일 동안 4개의 글을 올렸다.
theME ⟨연필로 짓는 집⟩ 독서, 글, 그림을 위한 호주에서의 오픈 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물론 자전거를 굴리며 흔들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기어에 기름칠을 해줘야 하며, 자전거 수리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글쓰기가 고통을 수반하는 도전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무거운 쇠덩어리를 깎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그 톱니들이 맞물려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점점 속도가 붙고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는 기어를 조절하며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면 된다.
이 자전거를 타고,
더 많은 사람과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언젠가,
더 넓은 길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릴 수 있기를.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바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고통을 통해서다.
- M 스캇 펙 (주)
* (주)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율리시즈,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