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삶을 도슨트 하다 ] 5화
2021년 호주 디자인 대학원,
첫학기 두번째 과제.
호주의 페스티발중 하나를 골라, 포스터를 제작하는 과제였다.
내가 선택한 것은 시드니 페스티발.
2주동안의 리서치와 컨셉개발을 통해,
내가 최종 선택한, 전체 디자인 컨셉은 "동그라미"였다.
동그라미는 무대 조명, 음악의 파동, 그리고 다양한 색상을 상징한다.
그 후, 2~3주 동안 본격적인 디자인 실험에 들어갔다.
‘동그라미’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조명, 음악, 색상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을지 탐구했다. 형태와 구성을 조정하며 빛과 색의 관계를 실험하고, 음악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철저한 탐색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넓게 시야를 열고, 다양한 디자인 실험을 시도했다.
동그라미를 조명, 음악, 색상과 결합하며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
형태와 구성을 조율하며 리듬과 균형을 맞춰 나갔다.
수정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점차 하나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수많은 실험 끝에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 깊이 파고들 차례다.
무작위의 탐색이 아니라, 선택된 개념을 하나만을 정제하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마침내, 수많은 실험과 조정을 거쳐
완성된 세 가지 디자인을 하나의 시리즈로 탄생시켰다.
각각의 디자인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개성을 지닌 채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지금 다시 이전의 작업들을 돌아보니,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총 54개의 디자인을 실험했다. 각각의 디자인을 시제품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만 해도, 적어도 100번의 수정을 거쳤을 것이다. 결국, 나는 최소 5,400번의 디자인 시도를 한 셈이었다. 한 번의 결과물 뒤에는 수천 번의 선택과 수정이 쌓여 있었다.
2021년, 호주 디자인 대학원
첫 학기 두 번째 과제였다.
처음 과제를 접했을 때, 도대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디자인 컨셉을 잡고 진행한다는 개념조차 무슨 말인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내가 교수의 영어를 100%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스스로도 의심이 들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교수에게 보여줄 때마다 탐탁지 않아 했고, 나에게는 다시 애매하고 모호하며 추상적인 목표만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건 확실한 목표였다.
"시드니 페스티벌을 표현하라."
그렇게 54개의 디자인, 5,400번의 디자인 시도를 거쳐 퇴짜(실패)를 맞은 후, 나는 결국 이 과목에서 A++ 에 해당되는 점수를 받았고, 1등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 글을 통해 내 자기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다. 이렇게 노력하여, 이렇게 5000번 이상의 실패라는 과정을 겪으며 얻은 깨달음이 중요했다. 실패와 시도가 쌓여 결국 목표에 다가갔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경험한 과정은 그 이후, 나의 디자인 개발 과정의 기본이자 기준이 되었다.
나는 이제 5,000번의 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이끌어져 나오는 결과물들이 더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고, 더 깊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패는 단지 지나가는 순간일 뿐,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다. 그 시도하는 과정이 있기에 진정한 성취와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러니,
5,400번의 실패 순간을
기꺼이 마주하며,
그 모든 과정과
마지막 성공의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자 한다.
내가 창조해낸 소중한 하나하나,
5,400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들은
앞으로 완성된 디자인의 또 다른 버전으로
무한히 확장될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5,400번의 실패와
단 한 번의 성공이 아닌,
모든 시도가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완전한 성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