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6일, 호주 시드니.
시간의 구조가 바뀌는 바로 그 새벽 3시,
나는 깨어 있었다.
‘Daylight Saving Time’. 햇빛을 절약하기 위한 제도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날, 나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시간의 판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닥뜨렸다.
이론은 간단하다.
실제 낮 시간과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 속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글로벌한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를 오가는 시대에, 이 제도가 여전히 인간 중심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날 새벽,
몸이 먼저 눈치를 챈 걸까.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첫 번째 루틴, 모닝사유의 시간을 시작했다.
한 시간쯤 흘렀을 무렵,
문득 시계를 확인하니
2시 58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계를 보니
2시 04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시간. 순간 1시간 동안 생각의 흐름을 따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치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을 얻은 걸까. 뺏긴 걸까.
나는 시간을 번 걸까. 잃은 걸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로 주어진 시간에 맞춰 생각을 이어갔다, 하지만 글을 완성하면서 다시 마주한 새로운 시간.
브런치북 발행시간. 7시가 6시로 변경되어 있다.
호주의 시간이 바뀐 걸까.
한국의 시간이 달라진 걸까.
헷갈렸다.
시간은 그대로인데, 내가 기준을 바꾸는 순간 모든 게 달라져 버렸다. 일상에 맞춰 두었던 알람도, 하루의 루틴도 하나씩 다시 조정해야 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간에 맞는 내 루틴도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 브런치북 발행시간이 호주시간 7시에서 6시로 변경되면서, 내 루틴의 시간이 무너져 내렸다. 말 그대로 진핑크 "내 시간의 기준"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갑작스레 시간의 지진이 덮쳐온 느낌.
이제, 이 무너진 시간 속에서
다시 나만의 루틴을 찾아야 한다.
내 루틴 속 노란색으로 표시해 둔 ‘자유 집중 시간’도 쪼개졌다. 시간은 마치 여진처럼 계속 흔들렸고, 그 틈 사이로 나의 집중 구역도 갈라졌다. 시간이 조여든 게 아니라, 금이 가고 뒤틀리고, 기존의 흐름과의 간격이 점점 벌어졌다.
수면 시간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원래는 새벽에 일어나 3시간의 여유를 갖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게 루틴이었는데, 이제 그 3시간을 확보하려면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한다. 단순히 알람만 바꾸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글쓰기 리듬 전체를 다시 짜야한다. 하루의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
시간이 달라지니
삶의 틀도 다시 조정이 필요하다.
조금씩 맞춰가며,
이제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할 때다.
시간은 그대로인데, 내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그 작은 차이 하나가,
생각의 흐름을 바꾸고,
생활의 골조를 흔든다.
익숙한 리듬이 깨졌을 땐
억지로 원래대로 되돌리려 하기보다는,
그 균열 사이에서 새로운 틈을 찾아보려 한다.
어쩌면 루틴이란 것도
완성된 구조가 아니라,
계속해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변화는 늘 불쑥 찾아오고,
나는 그 안에서
다시 나만의 균형을 잡는다.
조금 다르게, 그러나 여전히 나답게.
이번에도 그렇게 하루를 다시 설계한다.
(다시, 6개월 후, 또 다시 기존의 루틴으로 돌아와야한다는 사실은 잠시 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