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연필 그림.
이것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 생각에서 이어진 이야기가 지난주에 발행한 <연필로 짓는 집>에 대한 글이다.
그 글에서는 ‘연필’이라는 사물 자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았다면,
오늘은 ‘연필’이라는 도구가 내 삶에 스며든 방식과 그 의미를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그려온 ‘연필과 선’의 흔적들을 다시금 모아본다.
손끝에서 피어났던 수많은 선들이,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되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선(線) Line : 그어 놓은 금이나 줄.
선(善) Virtue :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
선(禪) Zen :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
선(先) Precedence : 먼저 해야 할 차례에 당함. 또는 그 차례.
* 전체 영상 (5분) >> https://youtu.be/LRRnV88M3H0
先
연필선으로 채워진 theME 로고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손끝에서 이어지는 선(線)으로 본질을 탐구하고, 선(善)의 의미를 담아 조화와 진정성을 표현한다. 고요한 집중 속에서 선(禪)을 행하듯 그려진 이 로고는, 새로운 흐름과 시작을 의미하는 선(先)의 개념까지 아우르며, 나만의 철학과 예술적 방향성을 담고 있다.
연필선 하나하나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자, 내면을 담아내는 흔적이 된다. the ME / 그 나
연필선으로 춤을 춘다.
몸짓에서 시작된 선이 화면 위를 가볍게 미끄러진다.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때론 힘 있게 꺾이며 리듬을 만든다. 선은 움직임이고, 표현이며, 감각이 된다.
연필선이 그려진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자유로운 선들이 화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가늘고 짙게, 빠르고 천천히, 손의 흐름에 따라 선이 연결되고 쌓이며 공간을 채운다. 감정이 담긴 선 하나하나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고,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연필의 선이 나를 기록한다.
순간의 감각이 쌓여 시간이 되고, 기억이 된다. 즉흥적인 몸의 움직임 속에서도 어떤 결은 남아 흔적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연필의 선은 단순한 도형을 넘어, 마음이 머물던 자리와 흐름을 기록해 나간다.
오전 5시 17분부터 6시 17분까지, 한 시간 동안 그어진 선.
연필이 종이를 가로지르며 시간의 흐름을 새긴다.
60분, 3600초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선은 지나온 생각과 감정의 길을 따라 나아가는 과정이다.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하며, 선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는다.
불규칙하게 얽힌 생각들이 차분히 정돈되고,
흐트러졌던 의지가 다시 자리 잡는다.
연필이 멈출 때쯤,
새로운 계획이 그려지고,
다가올 시간의 방향이 선명해진다.
아이야.
이 글은 어른이 된 너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란다.
끝도 없이 펼쳐진 무한의, 미지의 세계에서
너의 삶에 당당하길.
너의 뜻에 겸허하길.
너의 길에 묵묵하길.
그렇게
너의 꿈을 증명하며
오로지 너로 너의 삶이 채색되길 바란다.
- <엄마의 유산>에서 -
엄마의 유산, 저자 김주원, 그림 정근아, 건율원, 2024
특별한 인연. 그들.
https://medium.com/@kunah.jung/online-exhibition-time-drawn-with-pencil-2024-3312cdae1cba
근아
Kun.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