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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Feb 13. 2024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로 했다.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는 이런 것이다.

삶이 심플했을 때, 

내 정신도 심플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결단했다. 


다시 심플한 삶으로 돌아가자!! 

미니멀리스트에 다시 도전하자!!!




호주에 온 지 5년.


호주에서 처음 렌트한 집은 조그마한 방 하나짜리 아파트,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달랑 가스레인지와 오븐만 붙박이로 채워져 있었다. 


집을 렌트한 후, 가장 먼저 내가 찾아간 곳은 전자제품 숍과 이케아. 한국에서 처분하고 온 것들을 다시 구입해야 했기에, 그리고, 한국에서 화물택배로 보낸 짐이 언제 올지 몰랐기에, 당장 필요한 제품들을 먼저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호주의 느린 배송으로 인해 우리는 일주일정도 극도의 미니멀리스트 생활을 반강제적으로 경험해야 했다.


냉장고도 없이 며칠을 보내야 했다. 아이스박스에 간단한 음료와 간식들만 넣어놓고, 냉장고가 올 때까지 심플한 삶을 살았다. 필요한 것은 슈퍼에 가서 구입해서 바로 소비하면서, 음식들이 아이스박스 안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침대도 없이 며칠을 보내야 했다. 얇은 카펫만 깔려있는 차가운 바닥에서 이불과 간이 매트리스를 깔아 놓고, 아이들과 함께 며칠을 그리 보냈다. 아이들은 엄마랑 딱 붙어서 잔다고 더 신나 했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가구는 책상과 1인 소파였다. 매일 영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절실했고, 잠깐은 편안히 쉴 공간이 필요했다. 작은 거실에 가구 2개뿐이었다. 아이들의 장난감도, 동화책전집으로 꽉 채워진 책장도 없었기에 집은 깔끔하고 한국에서의 집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러한 극도의 심플한 삶은 냉장고가 도착하고, 침대가 도착하며, 다시 예전의 나의 맥시멈 삶으로 돌아갔다. 부엌장 안은 필요한 음식재료들, 각종 그릇, 조리용품들로 채워졌고, 거실도 금세 아들의 장난감과 인형, 그리고 레고블록들로 채워졌다. 방에 있던 작은 옷장에는 호주날씨에 맞는 새로운 옷들이 가득 채워졌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작은 집은 더 작은 집이 되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5년 동안 여러 번의 이사를 하면서, 점점 커져가는 집에 맞춰 가구의 수도 늘어났다. 소파도 생기고, 식탁도 생기고, 서재를 채울 책장과 거실 스탠드도 생겨났다. 아이들이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들이 빈 공간을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모든 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필요에 의해 새로 구입한 가구들과 이제 쓸모가 없어진 옛날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여 이제는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 지도 난감한 상태다. 집에 있는 물건들 뿐만이 아니라, 내 정신 안의 복잡함도 심플함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음을 요즘 절실히 느낀다. 


예전의 그 심플한 삶이 여전히 그리운 것은, 아무래도 그 심플한 삶이 나에게 필요한 삶이고, 나에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는 게 맞는 듯싶다. 


먼저 나의 삶을 단순화시키기로 했다. 하루 루틴을 정리했다. ‘새벽, 오전, 오후 시간대로 구분하여 먼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중요한 일을 한다.’ 딱 그 기준으로 살기로 했다. 


100일을 목표로 매일 도전하던 복잡한 루틴은 실패로 마무리 짓었다. 다시 1일부터 시작이다. 삶을 미니멀하게, 하지만 임팩트 있게. 그것이 나의 두 번째 루틴 목적이다. 


"내가 이 내용을 매일 반복함으로써 그것은 나의 행동의 일부분이 될 것이고, 또한 더 중요한 것으로 그것은 내가 결코 꿈꿀 수 없었던 신비한 세계를 내 마음속에 심어 줄 것이다. 즉 꿈을 심어주고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내서 그것의 노예가 되자. 

오그 만드노(주1)"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로 했다. 


집안을 정리정돈시키기로! 

집안의 모든 것을 제자리로!


나를 질서 있는 나로!

나의 정신과 감정을 꼭 필요한 곳에만 집중!

나의 감정은 나의 목표를 이룬 그 시점으로만.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숫자로 통한다!


바로 0이다!

부족한 것 채우고

넘치는 것 비우고

이건 당연하다.


내가 말하는 0란,

하루의 시작~끝에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을 다 끝낸 상태.

물건이 모든 것이 자기 자리에 있는 것.


나의 정신은 걱정 없고 탐욕 없고 

나의 감정은 상처받은 것들 치유되고

즉, 안심, 안도, 평안한 나로 하루를 끝낸 상태.


불안, 걱정이 와도 내 안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어도, 그 이면의 즐거움을 즐기며, 


소유할 것만 소유하고

소유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울 것이다.


한마디로,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루 안에 0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이다.


그리고 나의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매일매일 나의 위치가 

다른 곳으로 움직여진다 해도 

그곳에는 나의 자리가 있다. 

나의 제자리가 있다. 

나의 중심이 있다. 

그 중심으로 나를 심플하게 한다.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이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살던 아파트에서, 나는 매일새벽 일출을 기다렸다.


(주1) 아카바의 선물 / 오그만디노, 학일출판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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