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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Feb 20. 2024

나는 투명꽃이다.

퍼스널 브랜딩, 나의 여정을 기록한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0일이 넘어간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글이 다가오면서,

동화작가라는 꿈은 더 현실로 다가왔다.


브런치 첫 번째 연재 글에 이런 글을 적었었다.  


“자연 그대로의 진실된 순수함을,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의 순수함을,

내 안에서 찾은 나만의 순수함을

나의 글과 그림으로 정성을 다해 담아,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동화에서 찾은 모든 이들의 꿈은 현실이 되니까…”


하지만, 호주에 온 지, 5년. 나는 지금 호주에서 디자인 회사 설립을 위해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지?’ ‘그 아이 같은 순수함은 어디로 간 거지?’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며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다가, 땅에서 걸으라 하니 이건 내 세상이 아닌 듯했다. 처음 걸음마부터 배워야 할 듯했다. 하지만, 내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임이 틀림없기에, 요즘은 땅에서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뒤뚱뒤뚱 넘어지고, 엎어지고 난리도 아니다.




현재 나는 첫 번째 나의 브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로 공개되는 것은 내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로고가 될 것이고, 두 번째는 나의 디자인이 담겨 있는 상품이고, 그 다음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담긴 나의 캐릭터이고, 마지막은 그 캐릭터에 생명을 넣어 발간하는 나의 동화책이 될 것이다.


여전히 나는 동화작가의 꿈을 갖고 있다. 그 방법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고, 복잡한 것이고, 불필요한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를 브랜딩 하면서 나를 먼저 알고 싶었고, 세상에 나의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통해 나의 생각을 먼저 공유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나의 동화책 또한 나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좀 더 신중했었다.


그리고, 그 동화책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더 큰 꿈을 내 안에 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들은 더 복잡해지고,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해졌다.


"수영이 피어나 은빛으로 엷게 물든 풀의 물결과, 미나리아재비꽃, 은백색 양지꽃, 첫 사과나무 꽃이 우리를 또 다른 계절로 이끈다. 어느덧 카드텔레아가 활짝 꽃을 피웠다. 가는 잎 20센티쯤 위에 불꽃처럼 피어난 이 꽃은 초원과 맞닿은 언덕 가장자기, 즉 언덕 발등에 서서 그 강렬한 색으로 7월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열기를 약속한다. 이제 들판이 좀 더 여름에 가까이 누워있다. 노랑이 봄의 색이라면, 빨강은 한 여름의 색이다. 우리는 옅은 금빛과 초록빛을 거쳐 미나리아재비의 노란빛에 이르고, 주홍을 거쳐 격력 한 붉은 7월, 즉 붉은 수련에 이른다. 소로 (주1) "


호주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핀다. 이제는 어떠한 꽃이 언제 피는지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호주에 와서 처음 보는 꽃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름 모르는 꽃들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그저 잡초로 여겼던 풀도 작은 이쁜 노랑꽃을 피우고 있으니, 이제는 그저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초록 안에 피어나는 여러 가지 색들을 만끽할 뿐이다.


나의 브랜드도 이러하겠지. 누군가에게는 나의 의미가 닿지 않아 브랜드 이름도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안다 해도 기억을 못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예 잡초로 여겨지겠지.


"4000 제곱미터 이상 되는 넓은 땅에 자주, 분홍, 연보라, 희색 등 기분 좋은 갖가지 빛깔로 꽃을 피운다.

게다가 꽃송이가 투명해서 햇빛이 비치면 그 빛깔이 갖가지로 바뀐다. 소로 (주1)"


하지만, 나의 꽃이 작은 투명색의 꽃이라 아무도 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해도,

언젠가는 그 투명꽃이 새로운 세상과 맞닿아 노란빛을 발하겠지.

또 다른 세상에 맞닻아 빨간빛을 발하겠지.

태양의 빛을 받았을 때는 나만의 다양한을 가진 꽃으로 스스로 발화하겠지.

그리 생각하고,

그렇게 나 자신을 믿는다.


그저 나는 지금 투명의 꽃을 피운 것에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꽃을 피우기 위해 매일매일 진심으로 나의 브랜드를 대했던 나의 노력들이 있었기에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꽃을 피운 경험을 갖은것만으로도 그 모든 과정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투명하다는 것은

아이의 순수함을 담고

자연의 순수함을 담았다는 의미이기에,

투명꽃이 나인 것이

더 자랑스럽다.


                    

그냥 풀인줄 알았는데 강렬한 핫핑크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주1) <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갈라파고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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