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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노트의 탄생기록

by 근아

“디자인은 우리 근아샘이 또 한 디자인하시니까.

(근데 근아샘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실 듯…

그냥 막 던지고, 줌에 계신 분들은 벌써 일 저지르고…

우리는 그냥 가는 거죠. ㅎㅎ) ”


“뭐죠? 나도 모르는 사이 뭔가 진행되는 이 느낌…”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시작된 디자인 프로젝트.
바로 『엄마의 유산』 필사노트였다.


물론, 이전부터 필사노트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기에 내심 반가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현실화될 줄은 몰랐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면서 막연한 꿈은 빠르게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급하게 소집된 ‘엄마의 유산’ 저자 미팅에서 임시 디자인팀이 꾸려졌다.
어떤 사이즈가 좋을지, 어떤 내용이 담기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오갔고,
다른 분들의 예상처럼, 간단한 필사노트이니, ‘뚝딱 하면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세 권의 필사노트는,

세 권의 책을 디자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내용은 짧아도 디테일한 수정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디자인의 진짜 무게와 마주하게 되었다.


특히 가장 큰 도전은 비어 있는 공간, 곧 여백의 미를 찾는 일이었다.

제목의 길이도 제각각이고, 글의 분량도 다르고, 질문의 형태 또한 모두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조화로운 상태로 보이게 해야 했다.


거기에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담아내야 했기에,

이 작업은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의미’를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수많은 수정과 조율 끝에,

마침내 〈엄마의 유산〉 필사노트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뜻밖의 시작이었지만, 결국은 모두의 손길이 모여 만들어낸 소중한 여정이었다.


이 필사노트는 〈위대한 시간 2〉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선물로 전해졌으며,

곧 책의 형태로 출간 혹은 굿즈 형태로 제작되어 많은 분이 접할 수 있을 예정이다.




호주에 살고 있기에, 아직 제품을 직접 받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진으로 전해지는 그 장면 속에서

이미 나는 그 노트를 손에 쥔 듯한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 제품을 받아

책과 필사노트와 책갈피가 하나로 이어져

나만의 소중한 작품이 되는 그날을 그려본다.



프로젝트 기간 : 2025년 7월 24일 - 2025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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