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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행 1일 차,
시간을 건너 만난 인연

by 근아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런던의 첫날, 꿈이 나를 이끌었다




앞서 걷던 가족들이 나를 향해 외쳤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집이래!”


비를 피해 쇼핑몰로 향하던 길,
잘못 들어선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곳이었다.


며칠 전, 새벽 독서 시간에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책 속의 문장 몇 줄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그의 집 앞에 서 있다니 —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분의 집이 여기 있다고?'
잠시 그 문 앞에 멈춰 서서 내가 그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확인을 해야 했다.
'진짜네?'

'아..., 그렇지. 영국 출생이었지.”


아… 감사하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흘러나왔다.


이곳에 올 계획은 없었다.
그저 비를 피하려고, 길을 잘못 들어, 터벅터벅 빗속을 걷던 길이었다.
그런데 그 길 끝에서 이렇게 ‘만나야 할 이름’을 마주하고 있다니 —
마치 누군가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준 것처럼 느껴졌다.


계획하지 않은 여정 속에서,

책 속의 한 문장과 현실의 풍경이 겹쳐졌다.


우연처럼 보이는 일에도 언제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경험하게 된다.



* Benjamin Franklin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다. 그는 계몽사상가 중 한 명으로서, 유럽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피뢰침, 다초점 렌즈, 민간형 비행기, 뇌파측정기, 홀로그램 기술 등을 발명하였다. 미국 100달러에 도안으로 채택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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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이 16년동안 거주했던 집은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입구에서는 관람객 수를 제한적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한 팀이 나와야 다음 팀이 들어갈 수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4층으로 이어진 계단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기울어 있었고, 낡은 나무 바닥에서 오래된 시간의 기운이 스며 나왔다. 그의 삶이, 그의 사상이,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여전히 그 집 안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18세기, 한 사람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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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며 사진을 찾아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때 나는 카메라가 아니라, 눈으로 그곳을 관찰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인지 집 안에서 찍은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훨씬 더 많은 장면이 남아 있다.
렌즈가 담지 못한 공기와 빛, 그리고 그 시간의 온도까지 —
나는 그것들을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내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연이었기에 더 소중했을 것이다.

감사했기에 더 오래 품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안의 기록은,

사진이 아닌 기억으로 남았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꿈을 만나러 영국에 가다> 브런치북은 월, 수, 일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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