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문화 - 사람

나의 문화가 있는 삶 . 04

by 근아

1년 6개월 전쯤, 나는

영어 코치와 대화를 나누다가
'내 안의 inner child'가 자기만의 알 속에 숨어 있고,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내 inner child와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순순히 마음을 열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들었고,
그녀는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 어쩌면 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아무도 너를 구해줄 사람은 없어.
너 스스로 나와야 해.
그리고 밖으로 나오면,
너만의 사람들과 다시 연결될 거야.”


그때는 그 말이 참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의 말이 전하려던 진심을.


그리고 그때 그런 말을 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는 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손을 내밀었고,
다시 나를 세웠다.
이제는 나의 우주 속에서
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일 년 내내 홀로 고요한 사유의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의 연락은 뜸해졌지만,
새로운 인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벽 북클럽이 시작되기 전,
새벽 네 시 줌에서 만나는 한 분에게
뜬금없는 사랑 고백을 받기도 한다.

“쌤!!! 사랑해~~~용”


심장이 쿵.

사랑해요라는 그 한마디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으로 감사를 전한다.
그녀도 눈으로 대답한다.


감사로 믿음으로 그 연결은 더욱더 단단해졌다.




요즘의 나.
매일 진행하는 정오 북클럽 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한 시간의 토론이 두 시간이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다들 어린아이가 된 듯 신나게 토론수다를 떤다.


‘이게 이렇게도 재미있을 일이야?’ 싶을 정도로.


그분들을 바라보며
또 감사함을 느낀다.


나의 문화는 내가 아닌,
그들이 만들어주신다.


나를 그들의 문화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IMG_2924.jpeg


keyword
화, 일 연재
이전 03화나의 문화 _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