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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r 12. 2024

나만의 역사를 쓰다 1
- 사업자등록

호주에서 디자인 회사를 차리다.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의 창조과정을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2023년의 마지막 날, 

“언니 일요일에 시간 되면 만날까요?”

“네~”


신랑의 사촌동생 리디아. 그녀는 신랑보다 나랑 더 친하다. 그녀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우니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언제나 오케이로 대답한다. 그리고 왠지 이 날 안 만나면 꽤 오랫동안 못 만날 거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나의 대답은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있었다.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하던 그녀는 마지막 학기에 풀타임 잡으로 이민법을 담당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일요일에만 만날 수 있다 했다. 


그렇게 갑작스레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이 2024년 2월 4일 일요일 11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하다가, 무슨 대화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언니, 그렇게 사업을 시작할 거면, 호주에 사업을 차리고, 영주권을 다시 신청할 수 있겠는데요?”


맞다. 우리 부부는 코비드 시절 영주권을 시도하다가, 나이제한을 넘겨버려 영주권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비자로 가족 모두가 호주에 함께 머물고 있는 상황. 그녀의 말처럼 다시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3시간 동안의 수다를 끝내고, 돌아간 그녀는, 월요일 오전에 톡을 보내왔다. 2024년 2월 5일 11시.

“언니, 우리 사장이랑 상담해 보실래요? 영주권 가능할 거 같은데요? “


그리고 우리 부부의 이력서를 서둘러 만들어 상담예약을 완료했고, 그 주 목요일, 2024년 2월 8일 11시. 나는 그녀의 사장 변호사, 타라를 만나 우리 부부의 조건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신랑과 나의 이력서를 보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살펴보던 변호사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사업체를 설립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 좋아. 내가 원하는 바야. 이미 생각하고 준비 중이거든.

  오~ 굿!

  회사 이름 만들어서 사업자 등록하자.

  > 로고까지 다 만들어져 있어.

  오~ 그레이트!

  그러면 상표등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소개해줄까?

  > 너무 좋지.

  웹디자인도 할 수 있어?

  > 물론이지. 오늘 당장 가서 만들게.

  오~ 환타스틱!

  그럼 한국에서 너한테 작업을

  요청할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

  > 응응응. 있어있어. 벌써 그 일을 하고 있는데!

  오! 뤼얼리?!


일사천리였다. 변호사가 말하는 것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2024년 2월 10일. 한국의 설날, 나는 변호사와 계약을 했고, 사장과 나의 그녀, 리디아는 앞으로 영주권까지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관리해 줄 것이다.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2024년 2월 13일.  그 변호사가 나에게 연결해 준 회계사를 만났다. 회계사 에이든은 Tax File Numebr(TFN, 납세자번호) 신청해 주었고, 이메일로 TFN 번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다리라 했다. 


그리고. 

1주일, 

2주일, 

3주일,..


중간중간, 왜 이리 늦는지 확인을 했지만, 이메일이 올 거라는 답변뿐.. 그래서 기다렸다. 


벌써 3월인데.. 도저히 안 되겠다. 다시 확인요청을 했다. 3월 23일 이전에는 내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졸업비자가 끝나기 전 2년의 사업경력이 쌓이는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혹시?? 이메일이 아니라 우편으로 온 거 아니야?” 


우편함을 확인하니, 있다!!! 


그것도 TFN을 신청하고 3일 후 발송이 되었던 우편이 그곳에 있었다. 여러 가지 전단지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으로 TFN번호를 받은 날이 2024년 3월 6일. 처음 리디아를 만난 후 한 달 만이었다. 


그날로, 사업자번호를 바로 신청했다. 회사명은 THE ME KUNAH, 웹사이트 주소도 넘겨주어 사업체가 실존한다는 것을 입증시켰고, 디자인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다. 모두모두 사실이니, 무사통과. 다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날 저녁, 98달러의 신청비를 지불하였다. 


다음날, 2024년 3월 7일 아침 8시. 내 회사명이 적힌 “Record of Registration”이 이메일로 도착했다. 나의 비즈니스 등록날은 2024년 3월 9일이며, 3년 후 다시 갱신을 해야 한다 쓰여있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일은, 뜻밖의 기다림으로 한 달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다. 한국이었으면 하루 만에 끝났을 일을 호주라는 이유로, 아무런 의심없이, 미련하게 기다렸다는 게 나의 첫 번째 실수. 아쉽지만, 이를 통해 또 배운 것이 많다. 


나의 비즈니스 시작날은 3월 9일이지만, 


나에게 비즈니스 승인이 내려진 날, 

3월 7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나의 5년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 날이었고, 

매일매일 한 달 동안 나를 괴롭히던 악플러가 "대단하시네요"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사라진 날이었고, 

사업자번호를 받자마자 로고 디자인 대회라는 이메일을 아들학교에서 받은 날이었고, (나의 회사명을 호주인들에게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날은 아빠의 생신날이었다. 

하늘에서 나를 끝까지 도와주고 계시는 듯하다. 





호주에서 나의 사업체라니. 

호주에 나의 디자인 회사를 만들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인분이 그러셨다. "호주사람들은 합리적이기에 상거래에서는 깨끗한 편입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호주 시장이 어려운 시장입니다. 합리적이지만 까다로웠습니다." 30년 동안 12개국에서, 우리나라의 대기업을 이끄셨던 분의 조언이었다. 


내가 느낀 호주도 그러하다. 호주 사람들은 괴장히 까다롭다 하지만 굉장히 깨끗하고 합리적이다. 이러한 면은 나와 잘 맞기에 내가 호주에서의 생활을 좋아하는 듯하다. 나의 사업체도 호주를 좋아하고, 호주도 나의 사업체, THE ME KUNAH를, 나, 근아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나도 까다로우니까. 하지만 깨끗한 거래를 할 테니까. 그리고 합리적일 테니까. 






다음 편에는 ‘호주에서 상표등록’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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