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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eto principle Feb 25. 2024

MZ를 집에서 나오게 하는 방법

내가 만든 물결에 올라타게 하라

대학이란 공간에서 나이와 학년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은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룰을 어기게 되면 대학 사회는 무언의 분위기와 시선을 통해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다시 말해 튀어나온 못은 망치를 맞는 법. 하지만 나는 이 룰에 저항하게 된다.


초과 학기, 29살. 내 학년과 나이였다. 내게 주어진 대학에서의 생활은 신청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였다. 집단 속에서 소수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를 더 작게 만드는 장치였다. 이런 현상에 반해 소수인 나에게도, 주류인 그들에게도 지금의 대학에서 시간은 오랜 시간 추억으로 간직할 소중한 시간임은 동일했다. 그래서 난 그 장치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정규분포 극단에 위치한 나이와 학년. 분명히 존재하지만 흩어져서 소수의 입장만을 취하는 그들을 모아, 다수로의 재탄생을 기획했다. 그들이 주류로 취급하는 동아리의 주요 조건들과 정반대의 조건을 걸어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알렸다.


 ’3학년 이상, 22세 이상만 받습니다.‘


결과는? 200장의 지원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십 대 후반의 3학년과 이십 대 중반의 3학년 모두 인생에 처음 맞는 3학년 일 것이다. 즉, 두 집단 모두 영속성 없는 찰나의 시간으로 새로운 그리고 마지막이 될 3학년이다. 단지 소수라는 사회적 장치의 발현으로 선택지를 줄여갔지만 그들도 처음의 설렘을 내면 속에 가지고 있었다. 작은 마음들이 모여 우리는 mt, 축제 등 다양한 ‘대학생으로의 일상’을 보내며 앞날에 존재하지 않던 각자의 기억들을 담아 가게 되었다.


이렇게 난 세상의 룰에 저항했었다. 그 작은 반항들은 내가 떠나자마자 원래의 룰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없었다면 가천대라는 작은 사회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 세상에 없던 인연과 물건을 만들어 봤다.


사람들은 신년이 다가오면 사주를 보고 정해진 운명을 알아내려 한다. 정말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올해 겪은 좋은 일과 인연들은 스스로 기획한 이벤트로 탄생했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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