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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eto principle Mar 17. 2024

잘 된 곳이 계속 잘 되는 이유

지방대를 다니고 느낀 ‘집단 문화’ 차이

회사가 있다. 그중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이 있다. 뛰어난 자질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그는 속한 집단에서 어떻게 될까? 집단의 인정을 받고 열정의 불씨를 나누는 사람이 되거나 그를 둘러싼 동료들이 낮은 업무 난이도를 사수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끌어내려 같이 적당한 사람이 되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포착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조직과 아닌 조직의 가장 큰 문화 차이는 바로 이 점이다.


지방대에선 누군가 공부를 시작하거나 그 이유로 다른 걸 안 한다면 모두가 찍어 누르기에 동참한다. 응원을 받는 건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학점의 노예‘, ’성공은 인맥이다‘, ’사회성이 떨어진다‘, ’연고대도 취업 안된다더라‘ 등등 구성원이 그들의 루틴을 자각하고 벗어나려 한다면 수많은 가스라이팅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심리 기제를 모르고 나는 동기들에게 2학년 마지막 날 쉬는시간, 진로에 대한 물음에 편입을 선언했다가 강의실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이한 것은 오히려 지방대일수록 인정하는 대학의 범위가 좁다. 소위 '건동홍'이라 불리는 점수를 맞아도 그들의 인정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는다. 엄청난 명문대로 가지 않는다면 시간과 노력을 아낀 그들의 승리로 일컫어진다. 성공의 장벽을 높여 sky와 ‘그 외’로 불린다면 어차피 스카이에 갈정도로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도전을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적어졌다. 그리고 실제로 주위에서 도전을 성공한 자들이 나타났다. 2022년 가천대에서 세무사를 10명 배출했었다. 학교에서는 지방대에서 듣던 요새 전문직 시장 다 죽었다던데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또 성공한 사람이 노하우를 공유해 선순환의 사이클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도 보였다.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쁜 점을 꼽자면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이 외로워진다. 일정 사회의 인정범위에서 벗어난다면 낙오자가 된듯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취업, 고시를 하다 잘 풀리지 않으면 영원히 움추러 드는 경향도 있었다.


지난 2년 지방대에서는 뒤처져도 자극을 받지 않았다. 어차피 연고대도 취업 안돼, 성공은 인맥이야, 요새는 학벌 안봐 등의 말로 감정의 자극을 피해왔고 그 프레임 속에서 매우 평화롭고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내 인생에 발전에 대한 외부 자극 없이 가장 평온하게 보내온 시간었다. 지리적으로도 그런 환경이 만들어진다. 지방에는 대학간 거리가 대체로 멀거나 산 속에 존재한다. 대학이 모두 지하철로 연결된 서울처럼 준거집단 외부 사람을 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일을 하기 싫은 사람은 열심히 하는 직원이 보기 싫을 것이다. 누군가 뒤처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적당히 일하는 평화를 누리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지방대의 나날처럼 모두가 안 잘릴 정도만 하는 평화로운 하루만을 바랄 것이다. 발전을 꿈꾸는 집단은 이런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무기력을 전염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못난 자신을 감추기 위해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움직임으로 온 주변을 흙탕물로 만들어 옥석과 돌맹이를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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