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지방대, 집단의 의식이 행동으로 보일 때
나는 지방대를 2년간 다니다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게 되었다. 고등학생이라면 그토록 갈구하는 명문대는 뭐가 그렇게 다르길래 자신의 뼈를 깎는 노력을 기꺼이 기울일까? 그리고 왜 명문대에서는 잘 되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일까? 어떤 특별한 교육이 있길래?
내게는 그 다른 점을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편입시험이다. 편입 시험은 대학별로 자체 출제와 진행을 하기 때문에 대학 구성원의 프로페셔널함의 정도를 엿볼 수 있었다.
단점을 부각하는 것이기에 OO대라 칭하겠다. 시험지를 받았는데 정말 집에서 쓰는 그런 재질의 A4용지에 얼기설기 찝힌 스테인 플러가 박혀 있었고, 시험은 감독관 시계 기준으로 진행하며 지각생이 오자 얼른 앉으라며 들여보내 줬다. 그 행동으로 나는 이 시험이 시시해 보였다. 편입이라는 상위권 대학으로의 도전을 하는 와중에도 대학의 권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학원 과제를 잠시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은 세종대. 서울로 올라와서 그런지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핸드폰 파우치를 나눠주며 시험을 진행했고 자체적으로 컴퓨터용 사인펜을 지급했다. 시계는 여전히 아날로그시계를 감독자가 보고 시작과 끝을 알렸고 그런 탓에 감독관이 딴생각에 빠져 시간을 20분 더 준 해프닝도 일어났다. (사후에 점수를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어서 동국대로 가보자. 앞서 언급한 점은 물론 다 준비가 되어있었고 학생들이 캠퍼스 여러 동선에 상주하며 시험 장소를 알려주었다. 겨울에 진행하는 시험에 맞추어 대기 공간에 실외 난로를 준비했으며 컴퓨터용 사인펜에 더해 일인용으로 수정테이프까지 지급했다. 그리고 모든 지급품에는 동국대학교 각인이 들어갔다.
마지막은 한양대다. 앞서 언급한 준비는 당연해 보였다. 거기에 더해 시험지는 수능시험지와 동일한 질감과 크기로 제작했고 앞면을 표지로 감싸 문제가 미리 보이지 않게 했다. 여기서 정점를 찍은 것은 감독관이 아날로그로 시계를 보고 시간을 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능과 동일하게 중앙방송으로 수험생이 동일한 시간을 가져가게 통제되었다.
소위 명문대로 갈수록 디테일까지 집요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시간 재는 도구? 사인펜에 각인을 해서 주는 것? 종이 질감? 모두 별것도 아닌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한 자세가 내게는 배울 점을 주었다.
마치 정부에 보내는 공문을 정부에서 쓰는 양식에 맞춰 보내는 것 같이 누군가는 내용이 중요하지 왜 일을 더하느냐라고 할만한 디테일들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구성원의 태도를 나타낸다고도 확대해석한다. 학원에서 본 한양대 합격자의 수학 문제 푸는 모습은 정말 집요하고 디테일했다. 단순히 공식을 외워 정답을 맞히는 행위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접근법을 사용하고 의미를 이해하려 하면서 정말 수학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공부의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네임밸류를 위해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지만 집단에서 사소한 것까지 노력하는 당연함은 그들의 삶의 표준이 될 것이고 명문이라 불리는 남들과의 차이를 만드는 구성요소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내가 겪은 지방대와 한양대의 몸소 느낀 차이점이다. 구성원 모두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지만 한양대에는 디테일까지 노력하는 이들이 꽤나 모여 그것을 표준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