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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를 관리까지 해야 할까?

여가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by 홍충희



vitaly-gariev-fru_EXsqsp4-unsplash.jpg photo by Vitaly Gariev, Unsplash

서점에서 가장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코너를 꼽으라면 바로 자기 계발 장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을 주는 장르가 자기 계발일 것이다. 심지어 이런 자기 계발류의 글을 쓰는 필자조차도 마음 한 구석에 피어오르는 거부감을 부정할 수가 없을 정도다.


'피로사회'로 대변되는 성과주의의 틈바구니를 살아가는 와중에 몇몇 자기 계발 서적들의 메시지는 가끔 너무 아픈 채찍질로 느껴져서일까?


따라서 이 글이 전하는, '여가 포트폴리오', '여가를 관리하세요' 따위의 메시지를 읽고 '하다 하다 내가 내 자유시간까지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합니까?' 같은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믿어주시길. 이 글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글이다.


여가에서도 무언가 거창한 성과를 달성해보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여가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것을 배워 무언가 커리어적 발전으로 연결해 보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이 가이드의 목적에 비하면 매우 부차적인 요소이자 도구에 불과하다.


이 글은 사람들을 짓누르는 성과주의의 압박을 해소하고 숨어있던 열정과 행복을 불러일으켜 충만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기 위한 사소한 가이드이다.



여가에 관한 가이드와 관리에 대해 집필하고 나만의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1. 여가는 인간의 행복한 삶의 위해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이다.

2. 모든 사람이 여가에서 행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여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이들이 노동 시간에 충만함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더라면 여가 시간 정도는 그냥 의미 없이 두어도 괜찮다. 하루의 8시간~10시간의 노동 시간이 즐거운 사람은 인생 전반이 충만하고 풍족한 사람이라 부른다 해도 그리 큰 비약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 시간에 충만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되면 싫어질걸?"


누가 했을지 모르는 이 상투적이고 유명한 일갈에는 '직업 생활 자체가 사람의 행복감과 충만감을 사그라들게 하는, 딱 형용하기는 어려운 요소가 있다'는 하나의 슬픈 통찰이 담겨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에 충만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 흔치 않다.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 모든 직장이 개인별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맞추어 준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것도 없겠지만, 그런 직장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비현실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낙'을 노동 시간보다는 여가 시간에 찾는 환경에 처해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여가 시간이 주어져도 간혹 어떤 이들은 이 시간을 충만함과 행복감으로 채우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경험을 꾸준히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 속에서 행복감에 헤엄치는 사람인가? 당신은 로버트 헨리가 말했던 '평범한 존재의 순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존재'하는 경험을 느끼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한다.


보통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내지는 '일이 잘 풀린다'라는 표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떠올린다. 큰 노력 없이 회사나 직업에서 높은 직급을 얻거나 연봉을 많이 받는 등, 커리어 부분에서의 과분한 성공을 누린 이들에게 내뱉는 부러움 섞인 표현들이다. 그러나 여가시간을 재미있게 사는 사람에게 '일이 잘 풀렸다', '운이 좋았다'는 식의 생각은 미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착각이다. 커리어에서만 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취향과 재능에 알맞는 적절한 여가시간을 아무 노력없이 누리는 것은 행운이 가득할 때 누릴 수 있는, 우연이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70 나이에 커리어가 불안정해진 아버지를 두고 운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 아버지는 지독하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미처 준비한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농사가 인생에 갑작스레 들어왔는데, 그것이 아버지 당신의 열정과 마음에 불을 지르는 거대한 불씨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넓은 세상에 무수히 많은 활동들 중 딱 행복에 가깝게 해주는 활동 하나가 갑자기 당신의 인생 한 중간으로 튀어들어와 당신의 열정을 불사지를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내 아버지가 비록 커리어에서 운을 누린 사람은 아닐 지언정, 노년에 여가에서는 운이 보통 좋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행운'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그저 확률분포표 상의 심술궂은 예외에 불과하다. 모든 이들이 가만히 살다가 갑자기 어느 날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활동을 찾을 수는 없다. 가끔 자신의 여가를 깊게 고민하지 않은 어떤 이들은 그것이 '요행'이라는 인식 없이 안타까운 말을 한다.


'인생에 재밌는 게 없다'


당신의 인생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들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이 점을 냉정하게 받아들이자. 나의 여가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peter-conlan-LEgwEaBVGMo-unsplash.jpg photo by Peter Conlan, Unsplash

분명 똑같은 직장과 직업을 가진 사람이 비슷한 직급에서 비슷한 돈을 받고 대우를 받아가며 일하더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간혹 그런 사람. 본 적 있나?


뭔가 저 사람은 참 재밌게 산다 싶은 사람.

'남는 시간에 참 이것저것 많이도 하네. 안 피곤한가.'

하다가도 눈빛과 태도에서 열정이 느껴지고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 보이며, 생동하는 것이 느껴지는 사람.


괜한 경외와 존경심 동시에 '여우의 신포도' 우화처럼 '저 사람은 싱글이니까~ 아직 애가 없으니까~ 아직 젊으니까~남편이 돈을 잘 버니까~' 따위의 질투도 조금은 하게 만드는 사람.


혹시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지우고 차분히 관조해 보자.


그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내게도 일부 들어올 수 있다면 내 삶은 불행해질까, 행복해질까?


간혹 열정적이고 순수하며, 걱정 없어 보일 때도 있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당신의 삶에 들어왔을때, 삶이 조금은 풍요로워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여정을 함께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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