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아들과 도쿄여행

1. 두 남자와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다.

by BUSAN찌어이

세 식구가 함께 김해공항은 오랜만이었다. 아빠는 출장으로 엄마는 친구들과의 여행으로 몇 번 다녀간 김해공항을 중3아들과 함께 한 것은 코로나 이후 처음이었다. 1년 전 아들과 단둘이 미국여행을 다녀올 때는 인천공항을 이용하였기에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한 공항이었다.


우리는 아들 5살 때부터 5년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 살았다. 1년에 두 번씩 한국을 다녀가면서 김해공항을 이용하였다. 그래서 김해공항에 추억이 많았던 우리는 오랜만에 함께 온 김해공항이 더 반가웠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가 연착이 된다는 문자 덕분에 공항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중3아들이 기억하는 공항과 엄마 아빠가 기억하는 공항에 있는 어린 아들을 추억하며 한참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20년 전 친구와 10일 동안 도쿄 여행을 하였다. 그 여행은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나는 20년 만에 20대에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여행지에 현재 나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두 남자와 함께 간다는데 설레면서도 그때와 다른 어떤 여행이 될지 기대가 되었다.



급하게 비행기를 예약하고 많이 있을 줄만 알았던 호텔은 연말이라서 인지 도쿄라서 인지 예약 가능한 호텔들이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예상보다 가격이 많이 비쌌다. 작년 뉴욕여행에서 묵었던 호텔비용을 생각하고 호텔을 찾아보았지만 비행기 마일리지로 왕복 9만 원에 예약한 비행기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호텔을 찾기는 힘들었다.


중3아들에게 호텔을 예약하기 힘들다고 했더니, 자기는 도쿄 가정집도 궁금하다며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찾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도쿄 한인촌 신오쿠보에 싱글침대 3개가 있는 사진만 보고 주택가에 있는 숙소를 예약을 했다. (신오쿠보는 내가 20년 전에 갔던 첫 해외여행의 숙소가 있기에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오전 10시 전에 출발하여 신오쿠보 숙소에 체크인을 한 시간은 오후 7시 정도였다.

나리타 공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신주쿠역에 도착했다, 신주쿠역에서 신오쿠보까지는 전철로 한 구간이기에 신주쿠역에서 내려 신주쿠를 구경하며 걸어 보기로 했다. 12월 연말의 도쿄는 은행나무들이 막 떨어지기 시작할 정도로 걷기 좋은 날씨었다.



신주쿠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 이세탄백화점이 있었다. 이세탄백화점 지하식품관에 맛집들이 많다기에 우리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을 저녁식사를 포장해 가기로 하고 백화점에 들어갔다.


나는 20년 전 일본을 잊을 수가 없다. 20년 전 일본은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선전국이었고, 가는 곳곳마다 너무 세련되고 깨끗했다. 그런 기대를 하고 갔던 이세탄 백화점은 20년 전의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의 백화점이 아닌 아담한 느낌의 작은 백화점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센템신세계백화점이 내가 기억하는 20년 전의 화려한 도쿄의 느낌이다.)


내가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잃어버린 20년"이었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학교도 졸업하고 남편을 만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아들이 생겼다. 그러는 동안 일본은 너무 제자리를 걷고 있었던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행 중간중간 '일본은 일본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식품관을 나와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다 들어가 보았다.

코로나 전 아들과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이후 아들은 일본의 편의점 이야기를 종종 했다. 편의점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 있었기에 보이는 편의점마다 들어가 구경을 하고 쇼핑을 했다. 그렇게 도쿄의 첫 식사는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들과 식품관에서 사 온 초밥, 돈가스, 간식들로 숙소에서 정신없이 먹었다.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키고 주변을 돌아보고 싶어 근처에 있는 돈키호테를 찾아가 보았다. 도쿄를 여행하기 전부터 아들이 궁금해했던 곳 중 하나였다. 물론 나도 돈키호테 인기템을 많이 알아보고 갔다.


신오쿠보는 한국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인촌이었다. 하노이 한인촌 미딩송다에서 5년을 살았던 우리는 하노이 미딩이랑 비교하며 신오쿠보를 구경하면서 돈키호테로 갔다. 오사카 돈키호테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구경을 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신오쿠보는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이 없어서 인지 한산한 분위기에서 여유 있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너무 개방적으로 오픈되어 있던 성인용품들이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빠르게 지나칠 곳이었는데 사춘기를 잘 보내고 있는 중3아들에게 호기심이 절로 생기는 곳이기에 아들과 남편은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한참을 구경했다.

뒤에서 보고 있던 나도 다가가 기회가 생기면 편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피임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아들이 알고 있는 것도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때아닌 곳에서 웃으며 교육 아닌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도쿄여행 첫날은 의도치 않게 아주 강렬하게 의미 있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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