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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행 갈까?!
06화
[Singapore]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ToysRus
by
JULIE K
Jan 12. 2024
딱히 뭘 한 것 같지
는
않은데 기운이 없다. 점심값 보다 비싸게 나온 택시비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잊자
,
잊어!
안 좋은 기억은 오래 가져갈수록 나만 손해다. 그래도 덕분에 편하게 왔으니까.. 하고 긍정모드로 전환한 뒤 쇼핑몰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온 이곳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제 햄리스(Hamleys) 장난감 가게로 가면 된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꼬맹이는 적어도 2시간은 잠잠해질 것이다. 매장 위치를 기억하고 있으니 빛의 속도로 질주해 본다.
힘차게 쇼핑몰 끝까지 걸어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곳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다
!
아들과 여행 온 것이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쇼핑몰 안을 정신없이 휘젓고 다니는 와중에도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카페들과 처음 생겨서 낯선 레스토랑도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변화가 생긴 것은 당연
한
이치다.
요 녀석의 짜증이 심해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장난감 가게를 찾아야 한다. 서둘러서 쇼핑몰 안내판을 보며 열심히 검색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곳은 오로지 옷가게만 있을 뿐
이
었다.
딸에게 최대한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법 컸는지 다행히 엄마 말을 이해해 줬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직전인 나는 뭐라도 먹어야
했
다.
삼시 세 끼는 꼬박꼬박 먹
었
기에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남
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에너지를 채워 넣어야 한다. 일단 밥부터 먹으면서 근처에 있는 장난감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싱가포르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맛집들을 싹 다 지나치고 우리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푸드코트였다.
이미
녀석은
치킨을 야무지게 먹
었기
에
더 이상 점심이 중요하지 않았다.
먹거리 천국인 푸드코트엔 종류가 다양하다.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은 음식들에 군침을 흘리며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꼬맹이는
오
직 피자만 찾았다.
아니, 내가 먹을 건데 왜 내가 고르지 못하는 거야?
슬슬 분노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화를 내서 뭐 하겠나! 이 아이는 오직 엄마만 믿고 낯선 땅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까짓 피자가 뭐라고..
1인분도 소식좌인 우리에겐 2인분
피자를 먹으면서도 맛을 느낄 새 없이 열심히 지도를 찾아본다. 검색되는 게 없었다. 국민 검색창 찬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익숙한 글자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토이저러스가 있다! 그것도 호텔과 아주 가까운 곳에.
기쁜 소식을 듣고 환희에 찬 꼬맹이는 지금 당장 가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 저기요.. 나 아직 다 안 먹었거든요..?
하여튼 성질 급한 건 꼭 날 닮은 듯하다. 그래서 더욱이 뭐라 할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의 2차전은 극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꼬맹이가 그토록 소원하는 인형을 사주고 호텔로 가서 쉬면 된다.
커다란 사람 인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난감 사러 가는 너의 흥겨운 뒷모습
조금 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못 걷겠다는 녀석의 발걸음이 상당히 가볍다. 촐랑촐랑 앞장서서 가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파스텔 톤 하늘과 구름이 잘 어우러져서 풍경은 여전히 예쁘다. 누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던가!
일기예보가 완벽히 틀리기로 명성이 자자한 싱가포르 기상청을 믿은 내가 어리석었다.
덩치 큰 짐가방은 거추장스럽지만 에너지는 한껏 올라갔다. 아까와는 다른 공기로 열심히 딸의 사진을 찍어주며 신나게 걷다 보니 어느새 호텔 앞에 다다랐다.
이제부턴 구글맵을 따라서 가면 된다. 8분 정도의 거리니까 걷기에 충분하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익숙한 쇼핑몰을 또다시 통과해야 했다. 바삐 걷는 와중에 활짝 열려있는 문 밖으로 작은 정원이 보였다.
그곳에는 아주 오래전에 봤던 미술작품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 뒤에 있는 벽을 타고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다.
여기서 사진 찍으며 해맑게 웃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간을 뛰어넘는 나만의 짜릿한 상상이다.
내가 있던 곳에.. 지금은 너와 함께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열심히 걷고 있는데, 어? 이상하다. 뭔가 잘 못 됐다. 길이 나와야 하는데 건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사방이 막혀 있어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대충 위치상으로 보면 이 건물을 통과해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봐도 출구가 나오지 않아 계단으로 다시 내려왔다.
지도에 파란색 가이드라인은 있는데 길이 없다. 목적지까지 점선으로 표시만 되어 있을 뿐..
떠나기 전 미리 예약한 오후 일정으로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는 빌딩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커다랗게 쓰여 있는 간판을 보며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파악했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목적지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
아
본다.
정신없이 걸으며 돌고 돌아서 드디어 큰 도로가 나왔고, 익숙한 분수가 보이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 순간만큼은 생각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건물을 어디론가 무작정 통과해서 나왔다는 것 밖에는..
여전히 그대로.. 맥도널드의 추억
예전에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먹고 저 분수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마무시하게 커 보였는데 이렇게 작았었나..
기분이 묘한 순간이다.
목적지와 점점 가까워져 가자 꼬맹이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엄마, 지도부터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조금 전 장난감 매장을 찾
을
때를 기억하나 보다. 적극적인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간다 가!
매장 위치를 빠르게 검색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우와~ 사람 인형이다! 엄청 커~~!!"
이럴 수가.. 무턱대고 얘기 한 건 줄 알았는데 매장 입구에 진짜로 있었다. 커다란 사람 인형이..
원하는 것을 얻은 너의 발걸음은 위풍당당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부터 특정 기념일이 아닌 이상 이유 없이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은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오빠에게 선물을 사주겠다는 핑계와 함께
!
!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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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행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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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apore] 이른 아침의 산책
05
[Singapore] 싱가포르는 공사 중
06
[Singapore]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07
[Singapore] 걷는 여행의 즐거움
08
[Singapore] 아바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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