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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 Nov 30. 2023

사랑을 사랑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거나 떠올린 횟수를 생각한다면 전부 셀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를 포함하여 모든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식될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사랑을 떠올려본다면 무엇이 생각날까.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부모님, 사랑하는 반려동물, 또는 그 이외의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랑을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나를 스쳐 지나갔다.


“지금 죽어도 좋아 클렘.”

“난 그냥 행복하네. 이렇게 행복한 적은 처음이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거야. 날 기억해. 최선을 다해줘. 그럼 가능할지도 몰라.”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중 조엘이 꽁꽁 얼은 빙판 위에서 클레멘타인에게 건네는 말이다.


사랑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던 중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기억을 지우는 장치를 사용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그 사람이 지겨워서, 그 사람과 헤어져서, 그 사람과의 추억을 잊고 싶어서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두 남녀는 기억을 잃고 또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기억을 지우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 사랑이 시작하기 전 떨렸던 설렘, 그 사람을 만나며 커져가는 애틋한 감정,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쌓여가는 갈등, 그리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에 선택하는 이별까지 사랑의 시작부터 끝을 지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될 수 있을까.


사랑에 대한 기억을 지우게 된다면 조엘이 클레멘타인에게 건넸던 아름다운 말도 없었을 것이고, 사랑은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조엘 또한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 또한 한 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모든 것을 내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았고, 가만히 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그런 사랑을 주었던 사람이 있었다. 아마 그 사람도 최선을 다해 나에게 사랑을 주었을 것이다.


연애의 시간이 두꺼워지면서 나를 잃어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알게 모르게 지쳐갔고 내가 먼저 손을 놓았다. 그렇게 그 사람을 떠나보냈다. 이별의 고통 후에 남은 것은 사랑했었다는 확신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었고, 이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기억을 지우는 장치를 이용해 내 모든 기억을 지웠다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 또한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게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아직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라는 문장에 확실하게 ’ 그렇다 ‘라고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의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또 아플 수도 있겠지만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주고 이를 통해 성장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사랑의 과정에 뛰어들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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