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십대 여자4람, 혼자4는 이야기
나이가 들었다는 것 만으로 존경받던 시기가 있었다.
먼저 세상을 살아내면서 경험한 것들이 지혜가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유유서를 강조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의 일 일지라도 과거에 이렇게 했으니 지금도 똑같이 하는 게 맞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게 주장해 봤자 라테충이나 꼰대 취급을 받기 일쑤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각각의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스템조차 다루지 못하는 상급자들은 존재 자체가 부하 직원들에게 또 하나의 일거리가 된다.
할 일도 많은데 컴퓨터 화면보호기 시간 설정도 못하는 상급자의 컴퓨터를 만져주고 있자면,
'월급도 나보다 많이 받으면서 관리자란 이유로 고유 업무는 내가 훨씬 더 많고, 그나마 본인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도 내가 가르쳐주거나 대신해줘야 하다면 본인 월급 떼서 나한테 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물론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아니다. 아하하하하.
문제는 나야말로 다 늙어 38살에 입사했으니 그 알량한 경험조차 내세울 게 없다는 사실이다.
신규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까지는 못될지언정 짐이 되고 싶지는 않기에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고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AI와 접목되어 나오는 것이 많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게 있구나...' 정도는 알고 있아야 할 것 같아서 일부러라도 익숙해지기 위해 이것저것 시용해 보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귀찮고 어렵지만 내가 어떤 AI랑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5가지 정도 소개해보려고 한다.
처음에 챗GPT가 나왔을 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유튜브로 사용법도 익히며 알짱알짱거렸었다. 그런데 문제는 얘한테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
업무와 관련돼서 몇 개 물어보긴 했는데 내 질문이 잘못된 건지 개념적인 얘기만 하니까 딱히 도움도 안 돼서 금방 시들해졌다.
적절한 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던지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아마도 나에겐 그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큰 도움이 안 되었던 것 같다. 참고로 지피테이블이란 사이트에서는 다른 사람의 프롬프트를 볼 수 있어서 필요한 내용을 골라 나에게 맞게 적용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뤼튼을 이용한다. 유료인 챗GPT-4를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미드저니 안 써도 그림도 그려주고, 한국인 개발자가 만들어서 한국어 이해능력이 뛰어나 왠지 친근하다.(누가 보면 챗GPT에서는 영어로 물어보는 줄 알겠네) 그리고 무엇보다 "틀"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인스타, 블로그, 자기소개서 등 각자 필요한 부분에 대해 기본 서식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프롬프트엔지니어링 능력이 없어도 잘 이끌어 낼 수 있다.
얼마 전에 아빠 스마트스토어 상세페이지를 만들어보려고 틀 > 상세페이지에 가서 상품소개, 특징등을 하나씩 입력해 봤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마케팅 문구를 답으로 받아서 처음으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윔지컬은 마인드맵을 만들 수 있는 사이트다. 계획을 세울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무료는 3개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업무적으로 건강검진 수검률 높이기 위한 사업을 구상해야 해서 윔지컬에 "건강검진 수검률 높이기"를 쓰고 AI 답변을 구하는 별모양의 버튼을 눌렀더니 아래 사진처럼 AI가 알아서 적어줬다. 오호...
중간에 내 생각들도 추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메모앱 노션에도 임베드(다른 사이트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서 보여주는 것)가 돼서 편하다.
무료로 유튜브 내용을 요약해 주는 AI이다. 나는 보통 유튜브에서 재밌어 보이는 건 바로바로 보고 동기부여나 듣고 싶은 강의가 뜨면 '나중에 볼 동영상'으로 저장해 놓고 안 본다. 재밌는 거 볼 시간도 없으니까. 때문에 지금도 '나중에 볼 동영상'에는 100개가 넘는 영상이 쌓여있다. 이게 왠지 숙제처럼 느껴져서 한 번에 몰아 볼 때가 있는데 이때 릴리스를 사용하면 정말 유용하다.
보고 싶은 유튜브 URL을 입력하면 전체 대사를 볼 수 있고 요약해서도 알려준다.
'돈이 따라오는 6가지 기술'이 궁금해서 30분간 보고 있는 것보다 일단 요약본을 보고 그래도 구미가 당기면 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니 시간절약이 많이 돼서 나에게 꼭 필요한 AI라 할 수 있다.
PPT를 만들어 주는 신박한 AI이다. 난 단지 "노션을 업무에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만 썼을 뿐인데 알아서 8장짜리 PPT를 완성해 줬다. 이건 처음에만 포인트를 주고 만들 때마다 차감되는 형식인데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한번 써먹으려고 아껴두고 있는 중이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등을 공부할 수 있는 AI이다. 상황학습 또는 자유주제를 선택하고 AI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면 된다. 이런 형식은 많이 있지만 스몰토크에서는 말풍선 안에 별표를 누르면 내가 한 말을 교정해 준다는 점이 좋았다.
참~~ 영어공부하기 좋은 세상인데 난 왜 이렇게 죽어라 안 하는 걸까? 올해 영어공부 하겠다고 책도 샀는데.. 허허허
요즘 갤럭시 S24 광고를 보면 전화통화하면서 한국어로 말한 내용을 외국인이 자기 나라 언어로 실시간 통역해서 들을 수 있던데...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느니 그냥 S24를 사기 위해 돈을 버는 게 더 빠를 거 같긴 하다.
오늘은 내가 혼자서 노는 방법, 아니 AI랑 노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지금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닐지라도 여러 가지 AI들을 써보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뭔가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예를 들어 챗 GPT 하나만 쓰기보다는 분석 능력이 뛰어난 Perplexity, 글을 자연스럽게 써주는 Claude, 구글앱과의 호환성이 좋은 Gemini 등 각각의 특징을 잘 알고 상황에 맞게 섞어서 쓰면 만족스러운 아웃풋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하더라.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계들에 둘러싸여 그것들을 가지고 놀면서 자랐기 때문에 굳이 사용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잘 다룰 줄 아는 세대이다. 그들만큼은 아닐지언정 아줌마 디지털 이민자로서 열심히 부딪치며 살아보련다. AI를 배우는 것이 아닌 AI랑 즐겁게 노는 것처럼 느껴질 그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