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7인의 명절

4십대 여자4람, 혼자 4는 이야기

by 렐레

가족 모두 모여 시끌벅적한 설날.

우리 집안의 독특한 명절 모습은 모인 사람들이 모두 솔로라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집 가계도를 그려봤다.

솔로 1 이혼녀, 솔로 4 미망인. 그리고 나머지 솔로 2,3,5,6,7은 아직 미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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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총구성원은 고작해야 11명이 전부이다.

축구팀으로 따지자면 교체선수가 없는 셈이다. 그나마도 동생네가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보통은 솔로 7인이 모여 명절을 쇤다.

그래서 누구 하나 명절연휴에 여행이라도 간다고 하면 그냥 각자 보낸다.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나름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단지 명절엔 비행기 값이 비싸서 못 갈 뿐...ㅠㅠ




초등학교 시절, 동생과 나는 방학 때마다 외가에서 일주일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냈었는데 나는 그걸 엄마가 육아가 힘들어서 우릴 버렸다고 표현하고 엄마는 우리가 할머니를 좋아해서 일부러 데려다줬다고 표현한다.


당연히 할머니를 좋아했지만 그 당시 나와 동생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할머니와 공기놀이, 윷놀이 할아버지한테 배운 화투로 프리셀 하기(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는데 12장을 뒤집어서 두고 프리셀처럼 순서대로 짝을 맞추는 놀이이다)였고 밖에 나가는 경우는 할머니가 예배 보러 가실 때 따라가는 것과 마실 가서 다른 할머니들이랑 10원짜리 민화투 치시는 걸 구경하러 갈 때뿐이었다.

할머니가 섭섭해하실까 봐 동생이랑 몰래 할머니가 밭에 가셨을 때 엄마 언제 오냐고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도 나는데 엄마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어쨌든 할머니는 식사전이나 잠들기 전에 꼭 기도를 하셨다. 속으로 하시는 게 아니라 속삭이듯 중얼중얼 말씀하셔서 옆에 있는 나도 다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때 빠지지 않았던 기도제목이 삼촌과 이모가 빨리 제짝을 찾게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할머니를 데리고 가실 때까지도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

삼촌은 이미 환갑이 넘었고 이모는 올해 만 65살이 된다며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둘째, 셋째 똥차가 비켜줄 기미가 없으니 막내 삼촌이 먼저 결혼을 했다. 우리 외숙모는 그때나 지금이나 참 아름다우신데 작은 삼촌은 아들, 딸 낳고 잘 살다가 대장암에 걸려 50대의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나는 항상 할머니에게 "어쩜 자식을 낳아도 저렇게 독특한 사람들로만 골라서 낳았는지, 기술자 아니여?"라고 칭송하곤 했었는데 그나마 제일 평범하고 궂은일 마다하지 않았던 막내 삼촌이었다.

삼촌이 돌아가시고 난 사실 외숙모는 더 이상 안 오실 거라 생각했다.

나 같으면 굳이 시댁에 안 갈 거 같은데 외숙모는 명절뿐 아니라 마늘 농사와 김장으로 손을 보태야 할 때 항상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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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도 전날에는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만든다. 차례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음식은 우리가 먹고 싶은 전이나 튀김 위주이고 거기에 설에는 만두, 추석에는 송편이 추가된다. 만드는 족족 입에 넣기 때문에 막상 명절 당일날은 아침에 성묘를 갔다가 집에 와서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우리들만의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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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쉴 새 없이 먹고, 배부르면 싸우면서 배 꺼트리는 일을 무한반복하긴 하는 것이 우리 집 명절 모습이다.

그래도 뭐... 2박 3일까지는 참아줄 만하다. 설마... 명절이 2박 3일인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나? 소오름.


어찌 됐든 우리 모두 평생 건강하게 솔로로 남아있길... 저주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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