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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렐레 Jan 29. 2024

결혼 말고 결혼식이 하고 싶다

40대 여자4람, 혼자 4는 이야기

마흔이 넘어가면 결혼식에 갈 일이 거의 없다.

회사 동료들의 결혼식도 구지 가진 않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퇴근 후 회식 말고 개인적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는지의 여부이다.

이번 결혼식은 신랑, 신부 모두 절친은 아니지만 건너건너로 알게 되어 그 기준에 부합하기에 정말 오랜만에 결혼식장을 찾았다. 친분을 떠나 신랑, 신부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양쪽다 회사사람들이다 보니 결혼식장은 또하나의 회사같았다. 

신랑, 신부 만큼(은 아니겠지만) 인사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거울뉴런(간접경험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 유독 발달해인지 MBTI가 F라서 그런지 알수 없지만 결혼식 중간에 부모님께 인사하는 부분에서 꼭 눈물이 난다. 

그런데 이번 결혼식은 신부가 등장하는 것부터 눈물이 났다. 



울면서 생각했다.

신부도 안우는데 니가 왜 우니? 

부러워서 그래?

부끄러우니까 그만좀 울어라!





신부 등장 음악은 어바웃 타임 OST인 'How long will I love you' 였다.

지금도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나서 듣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부모님께 인사할때는 꾹 참았다. 그나마 요즘은 '나실제 괴~~~로움 다~~~잊으시고' 이 노래가 안나와서 다행이다. 눈물 참는데 도움이 된다.



여행말고 신혼여행이 가고 싶다.

결혼 말고 결혼식이 하고 싶다.



부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함께 간 친구들과 카페에서 한참을 떠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결혼식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하지도 않을거면서.



일단 결혼식장은 야외 공연장이다.

빔프로젝트로 데이트 하면서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보여주고 신랑 신부의 한마디, 양가부모님 중 대표로 한분의 축사를 들으면 예식을 끝이다.

그리고 축하공연은 5꼭지 정도 주위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거다.



일단 나의 섭외 리스트는 

1. 나의 베프가 지금 배우고 있는 탈춤

2. 뽀언니의 해금 연주(동요밖에 못할거 같지만)

3. 부탁할 사람은 없지만 일단 노래 한곡

4. 남친이 풍물을 치니 풍물공연이랑 중간에 나도 들어가서 웨딩 드레스 입고 북춤 한판

5. 하객들 강강수월래로 마무리





음.. 생각해보니 나만 좋아하겠군.

뭐 어때 내결혼식인데. 



대신 미안하니까 축의금은 안받는거다. 

아니다. 입장료 처럼 만원만 받는 거다.

이 돈으로 컵라면이랑 김밥을 사고 나머지는 맥주와 막걸리, 그리고 안주류를 사서 같이 놀아야지. 

점점 결혼식이 아니라 그냥 굿판처럼 되어 가는군.



여러사람 귀찮게 할뻔했네. 

결혼 안해서 다행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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