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십대 여자4람, 혼자 4는 이야기
마흔이 넘어가면 결혼식에 갈 일이 거의 없다.
회사 동료들의 결혼식도 굳이 가진 않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퇴근 후 회식 말고 개인적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는지의 여부이다.
이번 결혼식은 신랑, 신부 모두 절친은 아니지만 건너 건너로 알게 되어 그 기준에 부합하기에 정말 오랜만에 결혼식장을 찾았다. 친분을 떠나 신랑, 신부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양쪽 다 회사사람들이다 보니 결혼식장은 또 하나의 회사 같았다.
신랑, 신부만큼(은 아니겠지만) 인사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거울뉴런(간접경험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 유독 발달해서인지 MBTI가 F라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결혼식 중간에 부모님께 인사하는 부분에서 꼭 같이 운다.
그런데 이번 결혼식은 신부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눈물이 났다.
울면서 생각했다.
신부도 안 우는데 네가 왜 우니?
부러워서 그래?
부끄러우니까 제발 그만 좀 울어라!
신부 등장 음악은 어바웃 타임 OST인 'How long will I love you'였다.
지금도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나서 듣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기도 해서 괜히 울컥했나 보다.
그래도 부모님께 인사할 때는 꾹 참았다. 그나마 요즘은 '나실 제 괴~~~ 로움 다~~~ 잊으시고' 이 노래가 안 나와서 다행이다. 눈물 참는데 도움이 된다.
여행 말고 신혼여행이 가고 싶다.
결혼 말고 결혼식이 하고 싶다.
뷔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함께 간 친구들과 카페에서 한참을 떠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결혼식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하지도 않을 거면서.
일단 결혼식장은 야외 공연장이다.
빔프로젝트로 데이트하면서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보여주고 신랑 신부의 한마디, 양가 부모님 중 대표로 한 분의 축사를 들으면 예식은 끝이다.
그리고 축하공연은 5 꼭지 정도 주위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거다.
일단 나의 섭외 리스트는
1. 나의 베프가 지금 배우고 있는 탈춤
2. 뽀언니의 해금 연주(동요밖에 못할 거 같지만)
3. 부탁할 사람은 없지만 일단 노래 한곡
4. 남자 친구가 풍물을 치니 신랑이 쇠를 치고 나도 웨딩드레스 입고 들어가서 북춤 한판
5. 하객들 강강술래로 마무리
음.. 생각해 보니 나만 좋아하겠군.
뭐 어때 내 결혼식인데.
대신 미안하니까 축의금은 안 받는 거다.
아니다. 입장료처럼 만원만 받아야겠다.
이 돈으로 컵라면이랑 김밥을 사고 나머지는 맥주와 막걸리, 그리고 안주류를 사서 술판을 벌여야지.
점점 결혼식이 아니라 그냥 굿판처럼 되어 가는군.
하마터면 여러 사람 귀찮게 할 뻔했다.
휴.. 결혼 안 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