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과 노는 방법

4십대 여자4람, 혼자4는 이야기

by 렐레

얼마 전 배우 김석훈이 "놀면 뭐 하니"에 나와서 남산도서관을 이용하는 모습이 나왔었는데 옛 생각이 나면서 정말 재밌게 봤다.

나 역시 고등학생 때 주말마다 종로도서관으로 수능준비를 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점심은 지하식당에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는데 그 당시엔 어묵국물만 따로 100원에 판매해서 꼭 그거랑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맨날 먹는 도시락 반찬일지라도 따끈한 어묵국물이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지금은 구내식당이 없어지고 매점만 남아 있지만 도서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100원짜리 어묵 국물이 생각 난다.



청주에 내려와서도 심심하면 책을 도서관에 종종 가는데 오늘은 내가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얘기해 볼까 한다.

'도서관에 책 보러 가겠지 뭐.'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책을 빌리러 간다. "그게 그거잖아!"라고 화내려나...

난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면 옆사람은 무슨 책 보는지 괜히 궁금해서 집중이 안되기도 하고 집에가서 배깔고 누워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빌려 오는 걸 선호한다. 기왕 시간내서 갔으니 최대 대여권수 10권을 꽉꽉 채워서 대출해 오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주제와 책을 검색해서 일련번호를 따라 찾으러 가면 관심주제들이 몰려있는데 그 쪽 서가에서 괜히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뽑아 훝어보기도 하고 이책 저책 뒤적이다보면 시간이 참 잘간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빌려온 책은 자기전에 읽으면 불면증에서 벗어나게도 해주고 반납일이 임박한 책을 읽어야 하니 유튜브 시청 시간을 줄여준다.(사실 요건 희망사항이다. 책을 안보고 반납할지언정 유튜브 볼 거 다 본다) 마지막으로 출퇴근 버스안에서 과시형 독서를 하면서 자존감도 높일 수도 있다. 무려 1석 5조인 셈이다.


책은 혼자사는 나와 친하게 지내는 고마운 친구이다.

오늘은 별 것 아니지만 파워 J가 어떤 과정으로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지 한번 적어보려고 한다.



1. 도서관 가기 D-3

난 지금 이사를 앞두고 있고 아빠 스마트 스토어 운영도 돕고 있어서 미니멀라이프, 인테리어, 사진 찍는 방법, 스마트스토어 하는 방법, 목공예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일단 지금의 관심사 중에서 어떤 종류로 책을 빌릴지를 선택한다. 만약 미니멀라이프로 정했다면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미니멀라이프"를 검색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따로 적어 놓는데 그중에서 필요한 것은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한다.

상호대차 서비스란 원하는 책이 A도서관에 있을 때 B도서관으로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 하면 B도서관으로 책을 가져다주는 제도이다. 책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 3일 전에는 미리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책을 신청해 두면 좋다.



2. 도서관 가기 D-1

내가 아는 한 청주에는 구내식당이 있는 도서관이 없다.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어르신들이 신문 보시는 공간이라 도시락을 펼쳐 놓고 먹기엔 좀 부끄러운 분위기랄까? 그래서 미리 빵이나 과자, 믹스커피랑 종이컵(정수기는 있다)을 준비해 둔다.



3. 도서관 가는 날 아침

인터넷 좌석을 예약한다. 도서관에는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본인의 노트북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좌석을 따로 예약해야 하는데 내가 다니는 도서관의 경우 당일 8시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좌석이 얼마 없기도 하고 생각보다 인기가 많으므로 아침에 미리 예약해 놓는다. 예약시간 10분이 지나도 로그인을 안 하면 자동취소가 되므로 도착시간을 잘 맞춰서 예약해야 한다.



4.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도착하면 일단 내가 예약한 인터넷 좌석으로 향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 로그인을 한 후, 데스크로 와서 회원증을 보여주며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한 책을 대출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었던 책을 적어놓은 메모장을 열어 검색용 컴퓨터를 이용해 일련번호를 인쇄해서 책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다니다가 일단 맘에 든다 싶으면 다 빼서 나의 인터넷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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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부끄럽긴 하지만 책상 한 귀퉁이에 내가 가져온 책으로 산을 쌓고고 노션(notion)사이트에 들어간다.

나는 노션에 독서일기를 쓰고 있어서 노션을 열었지만 노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글파일도 상관없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창을 띄우고 마구잡이로 꺼내온 책들을 대충 훑어본다. 그렇게 보다 보면 ① 정말 정독해서 읽어야 할 책, ② 읽을 만한 내용이 없거나 사진위주의 책이라서 10분 안에 다 볼 수 있는 책 ③ 다른 책 내용과 중복되거나 중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30분 정도만 보면 되는 책으로 나뉜다.

여기서 ① 정말 정독해서 읽어야 할 책은 대여 ② 읽을 만한 내용이 없거나 사진위주의 책이라서 10분 안에 다 볼 수 있는 책은 훑어보고 반납 ③ 중복되거나 중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30분 정도만 보면 되는 책은 그 자리에서 읽으면서 필요한 내용들을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적고 바로 반납처리를 한다.



열심히 작업하다 찌뿌둥하다 싶으면 바로 옆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 오거나 휴게실에 가서 믹스커피랑 챙겨 온 간식들을 먹기도 한다.

이렇게 대여할 10권의 책을 신중하게 골라 가방에 이고 집에 오는 길이면 어깨가 뽀사질 것 같긴 하지만 월동준비를 해놓은 다람쥐처럼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낀다. 자기 전에 읽으면 잠도 잘 오고 반납일 전까지 밀린 책을 읽느라 유튜브 보는 시간도 조금을 줄어들지 않을까?


저렴하게 즐기는 도서관 여행. 어떤가? 구미가 당기는가?

그럼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은 어디인지부터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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