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4람, 혼자4는 이야기
얼마 전 배우 김석훈이 "놀면 뭐 하니"에 나와서 남산도서관을 이용하는 모습이 나왔었는데 옛 생각이 나면서 정말 재밌게 봤다.
나 역시 고등학생 때 종로도서관으로 수능준비를 하러 다닌 적이 있다. 점심은 지하식당에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었는데 그 당시엔 어묵국물만 따로 100원에 판매해서 꼭 그거랑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맨날 먹는 도시락 반찬일지라도 따끈한 어묵국물이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물론 지금은 구내식당이 없어지고 매점만 있지만 도서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100원짜리 국물이 생각이 난다.
청주에 내려와서도 도서관에 종종 가는데 오늘은 내가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얘기해 볼까 한다.
'도서관에 책 보러 가지 뭐.'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책을 빌리러 간다. "그게 그거잖아!"라고 화내려나..
난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면 옆사람은 무슨 책 보는지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자리도 불편해서 집에 가서 배 깔고 누워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책만 빌려서 바로 집에 가기엔 딱히 집에 가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왔으니 뽕을 뽑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책을 신중하게 골라 최대 대여권수 10권을 꽉꽉 채워서 대출해 오는 편이다. 별 것 아니지만 오늘은 파워 J가 어떤 과정으로 책을 빌려오는지 적어보려 한다.
난 지금 이사를 앞두고 있고 스마트 스토어도 운영해야 해서 미니멀라이프, 인테리어, 사진 찍는 방법, 스마트스토어 하는 방법, 목공예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일단 지금의 관심사 중에서 어떤 종류로 책을 빌릴지를 선택한다. 만약 미니멀라이프로 정했다면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미니멀라이프"를 검색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따로 적어 놓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갈 도서관에 책이 없고 다른 도서관에만 그 책이 있다면 상호대차를 신청한다.
상호대차 서비스란 원하는 책이 A도서관에 있을 때 B도서관으로 대출신청을 하면 B도서관으로 책을 가져다주는 제도이다. 책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 3일 전에는 미리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책을 신청해 두면 좋다.
내가 아는 한 청주에는 구내식당이 있는 도서관이 없다.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어르신들이 신문 보시는 공간이라 도시락을 펼쳐 놓고 먹기엔 좀 부끄러운 분위기랄까? 그래서 미리 빵이나 과자, 믹스커피랑 종이컵(정수기는 있다)을 준비해 둔다.
인터넷 좌석을 예약한다. 도서관에는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본인의 노트북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좌석을 따로 예약해야 하는데 내가 다니는 도서관의 경우 당일 8시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좌석이 얼마 없기도 하고 생각보다 인기가 많으므로 아침에 미리 예약해 놓는다. 예약시간 10분이 지나도 로그인을 안 하면 자동취소가 되므로 도착시간을 잘 맞춰서 예약해야 한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일단 내가 예약한 인터넷 좌석으로 향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 로그인을 한 후, 데스크로 와서 회원증을 보여주며 상호대차한 책을 대출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었던 책을 적어놓은 메모장을 열어 검색용 컴퓨터를 이용해 일련번호를 인쇄해서 책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내가 찾는 책 주변으로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분명 같이 보고 싶은 책들이 보일 것이다. 일단 맘에 든다 싶으면 다 빼서 나의 인터넷 자리로 돌아온다.
살짝 부끄럽긴 하지만 내가 가져온 책으로 산을 쌓아 놓는다. 나는 노션에 독서일기를 쓰고 있어서 노션앱을 열지만 노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글파일도 상관없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창을 띄우고 마구잡이로 꺼내온 책들을 대충 훑어본다. 그렇게 보다 보면 ① 정말 정독해서 읽어야 할 책, ② 읽을 만한 내용이 없거나 사진위주의 책이라서 10분 안에 다 볼 수 있는 책 ③ 다른 책 내용과 중복되거나 중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30분 정도만 보면 되는 책으로 나뉜다.
여기서 ① 정말 정독해서 읽어야 할 책은 대여 ② 읽을 만한 내용이 없거나 사진위주의 책이라서 10분 안에 다 볼 수 있는 책은 훑어보고 반납 ③ 중복되거나 중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30분 정도만 보면 되는 책은 그 자리에서 읽으면서 필요한 내용들을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적고 바로 반납처리를 한다.
열심히 작업하다 찌뿌둥하다 싶으면 바로 옆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 오거나 휴게실에 가서 믹스커피랑 챙겨 온 간식들을 먹기도 한다.
이렇게 대여할 10권의 책을 골라 가방에 이고 집에 오는 길이면 어깨가 뽀사질 것 같긴 하지만 월동준비를 해놓은 다람쥐처럼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낀다. 자기 전에 읽으면 잠도 잘 오고 밀린 책을 읽느라 유튜브 보는 시간도 줄어든다. 거기다 나 책 읽는 여자야~라는 자존감까지 올라가니 1석 3조 인 셈이다.
저렴하게 즐기는 도서관 여행. 어떤가? 구미가 당기는가?
그럼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은 어디인지부터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