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십대 여자4람, 혼자4는 이야기
혼자 떠나는 여행.
뭔가 고독하면서도 설레고 멋지지 않은가?
나는 종종 혼자 당일치기로 바람 쐬고 온다. 특히 날씨가 좋으면 갑자기 병이라도 도진 듯 어딘가로 떠나고만 싶다.
하루는 출근해서 맥심 한잔 마시며 창문밖 초록초록한 풍경들을 보고 있었다. 그날따라 날씨도 너무 좋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 답답한 공간을 탈출하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를 수가 없어 팀장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 저 12시에 조퇴할게요."
"갑자기 무슨 일 있어?"
"날씨가 너무 좋아서요."
"자유로운 영혼이네."
그리고 바로 공유카를 빌려 보은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하루, 한주를 버티게 하는 힘을 준다. 물론 여럿이 하는 여행이 더 즐겁긴 하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에너지 충전이 아닌 또 다른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하는 여행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1. 장소선정이 빠르다
여럿이 가면 일단 목적지를 정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뭔가 여행이라고 하면 '좀 그럴듯한 곳(예를 들어 제주, 부산, 전주, 경주, 여수, 통영 등)에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럼 분명 누군가는 가봤다고 하겠지?
계획 세우는 사람은 따로 있을 거고 그는 기왕이면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 등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기껏 알아보고 단톡방에 툭툭 던지면, 누군 이래서 안 되고 누군 저래서 안되고 나머지는 아예 반응이 없다. 그러다 괜히 사이만 어색해지고 여행이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도 안다. 극단적인 예시라는 걸. 어찌 됐든 혼자 하는 여행은 그냥 옆동네라도 상관없다. 그냥 지금 보고 있는 풍경만 아니라면 어디든 OK! 딱히 즐길거리가 없으면 카페에 앉아 책을 보거나 낯선 곳을 마냥 걷기만 해도 좋다. 그래도 정 할 게 없으면 돌아오면 그만이다.
2. 비용이 적게 든다
혼자 가면 품위유지비라고 해야 하나? 함께 해야 해서 드는 지출을 절약할 수 있다.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은 체험들은 내가 싫으면 커트할 수도 있고 밥때가 되었다고 무조건 맛집을 찾으러 다니기보단 경치 좋은 곳에서 간단하게 주전부리로 때울 수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보온병과 맥심, 종이컵만 챙기면 어디든 나만의 카페가 되기도 한다.
3. 모든 것을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
작년 6월엔 혼자 무주에 다녀왔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태권도원이랑 반디랜드였는데 두 곳의 위치가 가까웠다. 하지만 걷기에는 멀고 택시 타기엔 가까워서 안 잡힐 것 같고 시내버스는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가기로 했다.
고속버스 짐칸에는 무료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실린 짐이 많으면 살짝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다행히 짐칸에는 내 자전거만 있었다. 청주에서 무주행 직행이 없어서 대전에서 갈아타는 바람에 그 무거운 자전거를 두 번 넣었다 뺐다 하느라 도착하기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지만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간다는 결심은 혼자 하는 여행이었기에 가능했다.
지방은 대중교통이 헬이다. 잘 다니지도 않는 시내버스 시간에 맞춰 여행하는 건 웬만한 J에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버스에 싣든 관광지에서 빌리든 자전거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바람을 가르는 상쾌한 기분은 덤이다.
참고로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은 곳은 충주, 부여, 공주 등 관광지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을 추천한다.
이런 좋은 점들이 있음에도 혼자 가면 사진 찍기도 힘들고 순간순간 느끼는 행복을 나누는 재미는 확실히 덜할 수밖에 없다. 주위사람들이 혼자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도 좀 거슬릴 때가 있고. 이런 소소한(?) 문제점들이 있긴 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