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동물원 산책

4십대 여자4람, 혼자4는 이야기

by 렐레

날씨 좋은 주말.

뻔한 길인 동네산책은 재미없고 가깝고 낯선 길이 없을까? 하고 지도를 보다가 청주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작년에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서 "갈비사자"로 불렸던 바람이가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지게 된 후, 청주시 유튜브에 종종 나오길래 한 번 보고 싶었다. 입장료가 천 원밖에 안된다는 것도 동물원으로 향하는데 한 몫했다.


그리고 입장권을 끊으면서 깨달았다.

"아... 동물원은 아기들이 오는 곳이었지."

청주 미취한 아동들은 다 여기로 온 건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과 유모차로 득시글득시글했다.

가족들 사이에 홀로 서있는 내 모습에 잠시 이질감이 들긴 했지만, '뭐.. 이런 느낌 한두 번도 아니고..' 하면서 개의치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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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동물원은 산을 깎아서 만든 것인지 경사면이 너무 가팔라서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까웠다.

동물뿐 아니라 아기들의 뒤뚱거리는 모습도 귀여웠고 안아달라는 아이와 안 걸을 거면 집에 가자는 아빠의 실랑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저 경사를 혼자 올라가기도 힘든데 아이를 안고 못 가지. 암..'


또 다른 쪽에선 아빠가 한 아이를 안고 엄마는 잠들어있는 아이의 유모차를 밀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는 위대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나는 혼자라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동물원에 갈 때마다 동물들이 신기하고 귀엽다가도 문득 창살 속에 갇힌 모습이 가엾기도 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는데 청주동물원은 갈비사자 바람이도 그렇지만 부리가 기형이라 굶어 죽을 위기에서 구조된 독수리 하나, 민가에서 잡은 여우 김서방, 보이지도 않는 먼 거리에 새들을 모아놓고 보고 싶으면 망원경으로 보라고 만들어 놓은 전망대까지 동물을 "전시"한다기보다는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동물원 꼭대기 한편에 관리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사진만 걸려있긴 했지만 이 동물원에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동물들을 위한 추모공간도 꽤 인상적이었다.


산책이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몸도 많이 움직이고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오늘 하루가 뜻밖의 행운처럼 느껴졌다. 역시 주말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날씨요정이 허락하는 한 가까운 곳이라도 일단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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