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를 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누군가가 축하받을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여러 사람에게서 축하를 받는 일이지요.
그런데 사실 축하는 관습적으로 일어납니다. 우리 사회가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오랫동안 여겨온 일이 있다는 것인데요.
여기서 첫 번째 질문을 해봅시다. 왜 그 일을 축하해야 하는지 나부터 의미를 파악해보는 겁니다.
많이들 하시는 결혼식 축사를 예로 들어보죠. 결혼은 왜 축하받을 만한 일일까요?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결혼이라는 새로운 결실이 맺어지니까', '결혼하면 어른이 된 것 같으니까'과 같은 답을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은연 중에 결혼을 하면 무언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거나 성장을 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걸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는 겁니다. 결혼은 법적 신분과 법적 보호자를 바꾸는 강력한 계약입니다. 경제 공동체가 새로 생겨나고, 새로운 생명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조건을 만족해야 가능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이 있겠지요. 덧붙여 사람마다 경제적 조건, 사회적 조건 등을 고려합니다.
결혼을 또 혼자 하나요? 배우자가 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결혼이 있겠지만 얇은 감정으로 결혼까지 이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결국 어느 정도 삶을 일구어낸 사람들이 결혼을 합니다. 그렇게 삶을 일구기까지 마냥 평탄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혼자여서 의사 결정이 빨랐겠지만 이제는 둘이서 새로이 맞추어나가야 합니다. 가족이니까요.
우리는 성숙한 사람이 되기가 쉽지 않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혼은 성숙을 요구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결혼은 심지어 두 사람의 성숙을 요구합니다.
그러니 같은 인간으로서, 그 성숙을 이뤄낸 사람들을 축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쉽지 않은 걸 해낸 사람들을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결혼식 축사가 가진 의미입니다. 공연 축사, 단체 창설 축사 등 다른 종류의 축사도 일맥상통합니다. 성숙을 이뤘다는 것. 인간은 늘 성숙을 꿈꿔왔으니, 성숙을 이룬 사람들을 축사로 축하하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축사 맡게 되신 분들 계시죠? 긴장되시고,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스러우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