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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Nov 27. 2024

여행을 즐기는 데에도 방법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첫 장기여행이었던 유럽 여행의 절반즈음이었을 때였다. 잘츠부르크는 내가 너무 기대하던 여행지였다.  흔히 겨울왕국 엘사의 나라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더 유명한 곳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저곳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눈 덮인 하얀 산을 지나 기차를 타고 할슈타트에 갔다. 

 근데 도착하고 보니 관광객은 너무 많고, 눈비가 내렸으며 나는 홀딱 젖어 얼어붙은 거다. 심지어 새치기한 중국인과 한참을 싸워서 기분도 상한 채였다. 

 

 그렇게 기대하던 할슈타트였건만, 별달리 감흥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이 속상해서 할슈타트는 생각이 딴 데로 가있었던 기억뿐이다. 지금 와서 찾아보면 정말 즐길 거리도, 볼 것도 많은데 난 실망하고 바로 돌아서버렸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행을 왜 하지? 사람들은 흔히들 여행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배우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근데 그게 너무 추상적인 거지 나한테는.

 여행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나에게 새로운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난 대체 뭘 원해서 여길 가고 싶었나? 맛있는 음식? 예쁜 풍경?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뭔데?


 여행을 즐기는 데에도 방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지금 내 대답은 "Of course!" 다. 생각보다 내가 진심으로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가 묻다 보면 아닐 때가 꼭 있기 때문이다. SNS 업로드를 위한 것도 아니고, 세계의 모든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포부도 아니고 대체 난 언제 여행지에서의 행복을 찾나ㅡ에 대한 혼란이 왔다. 


 어느 날 함께 와인을 마시던 친한 언니가 말했다. 


"난 이제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어."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고 지금도 일 때문에라도 여러 나라를 오가는 사람인터라 이제 방법을 터득했단 말이 너무 놀라웠다. 여행을 간 것만으로도 즐거운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서 그 여행지가 재미없으면 그 나라랑 나랑 안 맞는 것이고, 여행이 재밌으면 잘 맞는 거라고 치부해 버렸던 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맞다. 방법이 필요해. 내가 그 여행지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내 일상에 비해선 짧은 시간이다. 그러면 나는 그 나라의 일부를 아주 단편적으로만 보고 오는 셈인데 그 속엔 얼마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가. 어쩌면 더 좋은 날에 왔으면, 더 좋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은 사람과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내 눈을 가려 "그냥 그래!"를 외친대도 즐길 줄 아는 방법만 있다면 어느 곳이든 난 내 시간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찾는 것 또한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완전히 타인으로서 인식하여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것. 그게 여행지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겠지.


 예를 들어 누군가는 나라의 영화관을 찾는 방법이겠고, 나라 음식을 배우기 위해 쿠킹클래스를 참여하는 것도 방법일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나라에서 감명 깊었던 장소를 그림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남기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지 여행에는 중심이 되어줄 방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아직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어설프기도 하고 겁도 내면서 여러 갈래의 방법을 걸어보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받아들일 때마다 외부에서 인식하는 '나'는 정말 놀랍다. 집에서 음식을 너무 좋아해 장르 가리지 않고 요리만 하던 내가 외국에선 음식에 대해서 별로 흥미를 못 가진다는 점이나, 정말 싫어하는 쇼핑이 외국에선 즐겁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러한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여러 여행을 흘려보낸 뒤에 내 머릿속에 남은 것들을 정리할 때였다. 대부분 아쉬웠던 감정이었던 것이다.

 여행지에서도 나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려 피곤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이것은 여행이라는 내 특별한 시간을 현명하게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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