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의 재미

비뚤어도 괜찮다, 오늘도 내 자리를 찾아서

by 박붕어

언젠가부터 내 삶은 주차 같다. 차례차례 줄을 기다렸다가 비좁은 길 사이로 핸들을 비틀며 들어간다. 심지어 문콕방지까지 해가며 차를 집어넣다 보면, 내 마음에 스크래치 안 나려고 용쓰는 모습 같아서 내가 서있는 자리를 찾기가 이리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초보시절엔 주차장이 공포의 장소였다. 머리만 들이밀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더 어려운 거였다. 나올 때가 아~주 개떡 같기 때문이다. 왜 면허시험의 난코스가 평행주차였는지 당시엔 몰랐지만, 회사에서 노상주차(가로본능 포함)를 하면서 이거 참 별의별 방법으로 주차실력이 느는구나 했다. 차와 함께 엘베를 타고 내려가는 노후된 타워 주차장, 주황봉과 차단기의 방해를 이겨내며 좁다란 지하주차장들을 통과해 왔다. 참고로 해운대 파라다이스 구건물은 폭넓은 차는 그냥 진입을 안 해야 된다. 차 다 조진다.


철썩 붙어오는 뒤차들 눈치 보고,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앞차들을 수년간 겪으면서, 지난 과오들을 떠올려본다. 희한하게 내가 낸 사고들은 다 주차장이었다. 모두 나 혼자 성급하고 정신이 없어서 낸 박살이었다. 내 좀 한답시고 뽕찼을 때, 노랫소리에 경고음을 못 듣지를 않나, 커브 공간도 안 나오는데 억지로 꺾다 휠을 빠지직 긁어먹고, 한번 더 후진 전진할걸 주차비 압박으로 급히 서두르며 주황봉에 긁혔다. 결국은 다 나의 부주의고 조급함이 일으킨 삽질이었던 거다.


결국 주차도 인생도 자꾸 해보는 수밖에 없다. 실력보다는 인내심이 주차라는 것을.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 자리를 찾아내고 지키려면, 불안하더라도 부딪혀봐야 한다는 거. 염려하면서 고통에 시달릴 바에 시도해 보고 느껴보는 거다. 뭐 비뚤게 주차를 하더라도 일단은 차를 댄 것에 의의를 두자. 망삘이면 얼른 알아차리고 고치면 되는 거다. 꼬옥 들어맞지 않아도 괜찮다. 눈치만 보던 초보는 언젠가 주차의 고보가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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