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를 놓친 봄에 대하여
벚꽃이 흐드러지기 전 팝콘처럼 튀겨지는 매화는 봄의 시작을 알린다.
아파트 입구 작은 뜰에서 본 매화나무는 마치 자신이 벚꽃인 양, 하얗게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를 속였다.
어릴 땐 몰랐다.
아니, 아가씨일 땐 몰랐다.
벚꽃이라 오해하며 새삼스레 좋아했는데, 꽃놀이를 좋아하는 아줌마가 되면서 그게 매화임을 알았다. 달뜬 착각을 하며 봄을 일찍이도 반겼던 것이다.
어느덧 봄이 오고 두 번째 달이 되었다. 낮에는 반팔, 저녁엔 후리스.
그렇게 아껴입던 트렌치는 덩그러니 옷장 한 구석에 박히고야 말았다.
일 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트렌치는 꽃놀이 갈 때 꼭 입어야 하는 건데.. 아쉬움을 읊조리다 슬그머니 바람막이를 집어 든다. 발 편한 운동화를 신고 철쭉 구경하러 등산 가자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 현관을 나선다.
'벚꽃엔딩'과 '봄봄봄'을 들으며 데이트를 준비하던 때가 이제는 그립지 않다. 그때는 마냥 연인과 손잡으면 따뜻해질 거란 마음으로 오들오들 떨면서 트렌치를 여몄다.
허나 지금은 꽃, 그 아름다움을 자세히 살펴보고 향기도 맡아보며 새로이 봄을 느끼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트렌치를 입는 그때로 되돌아갈 지점은 이제 필요 없다. 봄을 어여삐 여기는 다채로운 길이 더 많아졌기에. 친구들과 산을 내려와 마침표를 찍을 막걸리를 마시는 그런 봄꽃놀이를 즐길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