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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와 커피숍 그사이 어딘가...

싱가포르에서의 먹생활...

by 조항준 Mar 14. 2025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싱가포르는 물가가 매우 비싼 나라 중에 하나다.

서울보다 조금 크고 부산보다 조금 작은 이나라는 인구 약 550만~600만 명 (나 같은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하여) 정도인데, 생각해 보면 서울에 1천만 명이 살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쾌적하다면 쾌적하다고 할 수 도 있다.


처음 도착하고 주재기간 동안 살 집을 확인하던 나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대체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 100m2 남짓 되는 콘도 월세가 무려 600~1,000만 원... 

40대 후반 아저씨인 관계로 한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소주는 그래도 어느정도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했더니 마트에서 소주 한 병 값이 1만 2~3천 원이다. (음식점에서 주문하면 대략 2만원...)


가족들이 오기 전, 호텔생활을 거의 두 달 가까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호텔이니만큼 주방이 없어 포함된 조식을 제외하고 (그것도 두 달 내내 한번 바뀌지 않은 똑같은 밥을 먹어야 했지만) 늘 사 먹어야 했다.


나는 그나마 완전한 한식 파는 아니어서 어느 정도 도전의식(?)을 가지고 이곳 음식에 도전했다.

그 유명한 치킨라이스(삶은 닭과 밥을 함께 먹는 음식), 용타우푸(채소, 어묵, 버섯등을 육수에 익혀 면 혹은 밥과 함께 먹는 국물음식), 나시 르막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으로 한국 백반 느낌의 음식), 바쿠테 (갈비탕과 매우 흡사, 다만 돼지갈비), 각종 중국식, 동남아식 면이나 밥요리가 즐비한 호커센터는 매일 점심 가는 곳이 되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코코넛 밀크에 거부감이 있는 나는, 아직도 락사(LAKSA)나 두리안은 도전하기 힘든 음식이다. (홍어 삼합도 먹으면서...)


하지만 버티는 것도 며칠... 2~3일을 현지식만 먹다 보면 한식이 그리워진다. 특히 한국에서 먹던 해장국, 순댓국, 돼지국밥, 뼈해장국 등의 각종 국밥을 있긴 있지만 소수여서 여기서는 찾기가 어렵다.


한 번은 몇 달 전 어느 주말에 호텔 근처에 있는 쇼핑 몰 3층에 근사한 한국식당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순두부찌개 한 그릇, 공깃밥 하나, 냉동만두랑 거~~~ 의 유사한 모습의 만두 3개에 약 2만 2천 원... 선뜻 주문하기 어려운 숫자였지만 한식이 너무나 절실했던 탓에 일단 주문서에 올려놓고 다가올 시식의 기쁨을 억누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에게 도달한 순두부찌개는.... 한 개의 단어로 요악하자면 "심플" 했다.

말 그대로 주문한 애들만 쟁반에 담겨 있었다. 순두부 옆 작은 그릇에 담겨 있는 김치는 미안하지만 손대기 싫은 비주얼이었다. 반찬이라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분노의 식사를 시작했다. 밥을 모두 찌개에 말아 정말 한 톨 남김없이 '설거지'를 하였다.

계산을 하며 아차 싶었던 것은 내가 보았던 메뉴판 가격은 10%의 세금과, 8%의 SERVICE CHARGE가 불포함이었던 것.

난 거의 2만 6천 원에 달하는 순두부찌개를 먹고 나오면서 허탈했다.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 8~9천 원도 비싸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반찬도 없는 2만 원이 넘는 순두부찌개는 충격이었다.


가족들이 싱가포르에 오기 약 한 달 전에 호텔 생활을 청산하고 살 집에 먼저 들어간 나는 그날로 한국마트에 가서 한국과 관련된 모든 식재료를 사 왔다.

이삿짐을 정리하고 대충 밥을 먹기 시작한 시간은 밤 11시... 하지만 나에게 시간은 상관없었다. 내 손으로 끓인 고추장찌개와 된장찌개 그 사이 어딘가의 찌개를 가구도 없어 이삿짐 박스에 겨우 올려놓고 미친 듯이 퍼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일 짖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곳 싱가포르에는 호커센터나 커피숍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푸드코트 비슷한 야외 음식점이 대중화되어있다. 음식값은 꽤나 저렴하여 싸게는 싱가포르 달러 약 3불 50센트, 한국돈으로 약 3천5백 원 정도에도 식사가 가능하다.

돈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대부분의 싱가포르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한다.


나 역시 회사에 출근하면 여기 직원들과 매일 점심은 거의 호커센터로 간다.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맛집 가게는 수십 명이 줄을 서기도 한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라 같은 음식만 먹었는데, 이제는 여러 음식을 접하며 이곳의 문화에 젖어 들어 가고 있다.


그래도 집에 오면 아내가 해 주는 한식의 폭풍 먹방은... 웬만해서는 멈추기가 어렵다.

왠지 현지식과 한식에 모두 적응하여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살이 더 찌는 느낌적인 느낌은 지워지지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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