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 인생론

인간의 심장, 엔진보다 중요한 것

자동차는 엔진 힘으로 움직인다. 엔진이 곧 자동차의 심장이다. 하지만 엔진만 믿고 무작정 달릴 수는 없다. 속도를 조절하고, 멈췄다가 다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속기가 필요하다. 변속기는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동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자동차는 부드럽게 출발하고,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며, 필요할 때 멈출 수도 있다. 좋은 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일수록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 엔진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강력한 스포츠카 엔진처럼 폭발적인 추진력을 자랑하고, 어떤 사람은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엔진처럼 꾸준하고 경제적인 삶을 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엔진을 가졌다고 해도, 변속기가 없다면 삶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 변속기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 우리는 1단 기어를 넣고 출발한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고, 글씨를 쓰는 법을 익힌다. 서툴지만 힘차게 나가는 이 시기는 자동차가 언덕을 오를 때처럼 높은 동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쉽게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학교에 들어가 친구들과 부딪히고, 처음으로 경쟁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점점 속도를 낸다. 하지만 이 시기의 변속기는 아직 거칠다.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모르고, 힘껏 달리기만 하다가 갑자기 멈춰버리기도 한다. 마치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넘어지고 다치기도 하지만 결국 균형을 잡게 된다. 

성인이 되면서 우리는 점점 속도를 올린다. 직장을 구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스스로 경제적인 책임을 지기 시작한다. 이때 변속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급출발하거나 급정거하지 않고,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변속기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다. 일을 할 땐 무조건 5단 기어를 넣고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는 아예 멈춰버린다. 결국 과부하가 걸려 엔진이 고장 나거나, 연료가 바닥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을 혹사시키는 사람들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반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매일 일정한 거리만큼 달리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오랜 기간 높은 성과를 유지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를 조절하며 꾸준히 나가는 것이다. 

자동차에는 후진 기어도 있다. 앞만 보고 달린느 것이 능사는 아니다. 때론 뒤를 돌아보고,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삶에서도 그렇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다. 사업이 망하거나, 인간관계가 어그러지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닥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진 기어가 있다면 다시 방향을 잡고 나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J.K 롤링은 수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결국 '해리 포터'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가 됐다. 좋은 변속기를 가진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진을 통해 더 좋은 길을 찾을 줄 안다. 

어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동차도 고속 기어만 사용하면 연료 소비가 심해지고, 엔진이 금방 마모된다. 반대로 너무 느린 속도로만 다닌다면 제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 속도를 높이고 언제 줄여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라톤 선수처럼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속도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결국 탈진할 수밖에 없다. 

워런 버핏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신중하게 투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리처드 브랜슨처럼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최적의 속도를 찾는 것이다.

좋은 자동차는 좋은 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변속기가 아무리 좋아도 운전자가 그것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면 의미가 없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변속기를 적절히 조작하는 능력이 있어야 삶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일할 때는 최적의 기어를 넣고 속도를 올리고, 휴식이 필요할 때는 과감히 기어를 낮추자. 때론 후진할 줄도 알고, 너무 과속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인생길은 멀고, 목적지는 아직 저 멀리에 있다. 좋은 변속기와 함께라면 우린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