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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빈

귀한 인연

by 천문학도

버스 안에서

어린 '나'는 성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모,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친척 올 때마다 하는데 난


이해가 안 가


같이 있는 가족한테

더 맛있는 걸 해줘야지 말이야"


듣고 있던 이모는 말했다.

"가끔 오는 귀한 손님이잖아"


훌쩍 커버린 나는 어딜 가든 어리지

않으므로 보통 사람이 된다.


식당 테이블에 앉으면 손님 1, 손님 2

손님 3... 손님 8 정도가 내 역할


편의점 일을 할 때였다.

손님들이 음료수를 한 개씩


밸런타인데이라며 수제 초콜릿을


내가 가진 건 친절뿐인데

귀빈이 될 사람들이


날 귀빈으로 모신다.


그 편의점을 지나갈 때면

머물던 온기가 나를 사로잡으며


여러 종류의 허기짐이 채워진다


그 감정이 옛날로 추억이 될 쯤에

동네에 작은 가게가 하나 생겼다


넉살이 좋은 여사장님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응원의 말 한마디

별거 아닌 내 발자취


찐한 발 도장으로 새겨진다


음식 하나를 시켜도

코스처럼 주시는 사장님을 보고


배우며 귀빈 대접을 받는다


이를 테야 난 질 수 없어

가끔 맛있는 걸 한 보따리씩


아니면 너무 부담스러울까

장사가 잘 되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샤샤샥


내 시선은 편의점에서

작은 가게로 옮겨진다


비로소 성난 목소리는

버스에 내리고 나서야


이내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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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