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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아이

창가에 걸터앉아

by 천문학도

말 없는 아이가 전학을 왔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 시간에 창가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출석번호를 부를 때도

말하는 대신 손을 반쯤 들었다


급식 아줌마가 밥 많이

줄까요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학기가 끝나고

모두가 방학을 만끽할 때


그 아이의 시선은 창문 밖


우르르 교문을 나가는 사이에


나도 그 행렬에 뒤섞여

집으로 가다 놓고 온 실내화를 보러


텅 빈 교실에 돌아왔다


그 아이는 창문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새 둥지를

가리켰다.


알록달록한 새끼들이 꿈틀거리는 동시에

나무 밑에 새끼 고양이들은


본인의 몸에 몇 배만큼 큰 높이에 있는

나비들을 잡기 위해 분주했다


한 학기 동안 그 친구는

창 하나를 두고 생명을 돌보고 있었다


문득 한눈에 들어온 칠판은

텅 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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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