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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10. 2024

KBS아침마당 출연 3일 앞두고

K선생님과의 통화

원경 씨,
아침마당 한번 출연한다고
크게 잘되거나 크게 잘못되는 것 없어요.
대신 어떻게 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지
알려드릴까요?




잘하려고 세련된 표현 쓰지 마세요.
있는 척 잘난 척하지도 말고요. 익숙하게 쓰던 평소 표현대로 쉽게 하시고요. 원경 씨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주세요. 부족해도 괜찮아요. 너무 잘하려 애쓰고 평소 쓰지도 않던 어색한 문장을 외워서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다 보여요. 훗 날 영상을 다시 보면 분명 후회될 거고요. 편하게 하고 오세요. 한번 출연으로 크게 바뀌는 건 없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2017년 이른 봄, 어느 날 아침마당 작가의 섭외 전화를 받았다. K선생님과의 통화는 출연을 3일 앞두고 도망가고 싶고 숨고 싶었던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통화 후 요동치던 마음은 고요해졌고,  전날 저녁 7시 전달받은 11장의 대본을 외우는 것 대신 거울을 보며 나와 밤새워 이야기하듯 연습했다.


 덕분에 촬영은 무사히 잘 끝났고, 선생님 말대로 그 출연으로 인생의 큰 변수는 없었다. 출연 후 변화로는 전 남친이 영상을 보고 메일로 연락 왔다는 것, 졸업 후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던 초등학교 동창이 연락 왔다는 것, 훗날 소금쟁이 같은 취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정도다. 내가 조금 더 창업에 진심이었다면, 내가 이 일 왜 하고 싶은 건지 에게 보이기 그럴듯한 스토리 말고 내 자신에게 답해줄 이유가 좀 더 명확했다면 우연히 다가온 한 번의 기회 나는 인생 전환점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K선생님은 나의 창업 아이템을 응원해 주시며 좀 더 깊이 있는 공부와 내실 다지기를 조언해 주셨지만 당시에 나는 귀 기울이지 못했다. 주변에서 아무리 귀한 이야기를 해줘도 내가 주어 담을 그릇이 되지 않으면 그 정도밖에 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간이 꽤 지난 후 깨닫게 되었다.


K선생님과의 통화는 가끔 생생히 귓가에 맴돈다. 내 인생에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져 주셨던 K선생님은 귀인 13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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