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멀리서 봐도 눈에 띌 아우라다. M선생님은 원단이 좋은 짙은 새까만 검은색만 입는다. 아크네 브랜드의 딱 떨어지는 절개라인, 깔끔한 박음질을 좋아한다고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같이 대화하다 보면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화려한 스펙트럼의 세계관으로 다양하다는 말로는 그분의 방대한 지식량을 가늠할 수 없다. 여유 넘치는 미소와 "~하셨어요?" "네, 그러셨어요?"라는 깍듯한 존칭을 사용하는데 상대로 하여금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무언의 힘이 느껴진다. 그분과 대화하다 보면 친절하지만 힘 있는 의사표현 법을 배워 따라 하고 싶어 진다. 그분은 모 기업의 아트디렉터다. 서울에서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자문을 구했던 분이다. 그분은 마치 나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과5년 전 대화를 더듬어 그분이 언급했던 사람들의 현 위치를 보면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힘이 있는 것인지, 혹시 사람이 아닌 건지 궁금한 적 있다.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남들은 가족이 아닌 이상 직접적으로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여과 없이 정확하게 짚어 나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셨다. 마지막 연락은 결혼 후 아이를 출산 후 6개월쯤이었다. 선생님은 나와 같이 본인의 지식과 경험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후배들에게 자양분을 고루 베풀었다. 왜 그렇게 대가 없이 베풀어주세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
언젠가 제가 필요한 순간에 도와주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느낀 바로는 열정이 있지만 길을 헤매고 있는 친구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시는 듯하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훗날 다음 세대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제가 죽으면 아무도 저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본인이 이 땅에 살다 갔다는 것도 모르게 조용히 이름 없이 뒤에서 묵묵히 살다가 사라지고 싶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화려한 세상에 살지만 조용히 침묵하신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친절한침묵하는 지휘자 M은 내 인생 혼란스러운 시기에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귀인 14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