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경 Jan 31. 2024

사랑이 이기심으로, 서운함이 고마움으로

내 마음의 아픈 손가락 C

○○아, 잘 지내고 있나?
2023년 하루 남기고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보내본다. 시간이 꽤 지나도 그때를 생각하면 서로가 상처인 시간들인데.. 그래도 그 시기 네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힘이 돼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너도 지금쯤은 많이 평안해졌으면 좋겠다. 새해에 더 행복해지길. 건강하고!

23년 12월 31일 C에게 보낸 카톡메시지다. C는 내가 모피회사 근무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다. 나는 필요이상으로 C를 애정했다. 당시에는 필연적인 것이라 느꼈다. 너무 힘든 고난의 시기, 함께 지내는 동료와 짙은 전우애라고도 할 수 있고,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느꼈다. 그렇게 마음먹은 것만 봐도 나는 많이 어렸고 중간관리자로 부족한 인간이다. 별 문제가 없을 때는 티가 덜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닥뜨리는 순간이 생긴다. 우리에게도 그날이 닥쳤고 나는 그 친구를 보듬어 헤아지 못했다. 당장의 내가, 나의 삶이 급하고 중요해서 그 친구의 삶까지 마음 쓰지 못했다. 그 정도로 얕은 능력뿐이면서 대단한 능력자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그 여파 C 지독한 고통 시간을 견뎌야 했다. 우리는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시간을 마주했다.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냐."는 생각을 서로에게 가졌다. 너무 가까웠기에 서로에게 준 아픔 또한 깊었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나아지고 나는 모든 게 괜찮아졌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든든한 남편, 사랑스러운 딸도 있고 마음을 나눌 친구도 있다. 그래도 저 마음속 깊이 걸리는 것이 있다. 내 마음속 아픈 손가락.




그 사람들 모두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을 일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는 건 치욕스럽더라도 구차하더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넷플릭스 <경성크리처>에서 마에다 유키코가 장태상을 배신했던 측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태상은 혼란스러워하다 마음을 다잡고 말한다. 머리가 댕~하고 울리는 대사였다. 복잡한 인간군상 다양한 관계에 얽힌 세상에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나쁜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다."라는 한마디가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했고 서운함은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C에게 답장이 왔다.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단다. 본인과 어울리는 일을 찾아 그녀도 꿈을 따라가고 있다. 진심으로 너무 기뻤다. 그녀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은 답장을 는 순간, 려워 덮어둔. 방치했던 오래 묵은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C는 어리석은 지난 나를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굵직한 메시지를 남긴 귀인 21호다.

이전 22화 낯선 곳에서 만난 선한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