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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29. 2024

낯선 곳에서 만난 선한 사람

대치동 부동산 조사장님

결혼 전 나는 선릉에서 4년간 같은 원룸에서 자취했다. 테헤란로, 선정릉 인근에 근무지가 있어서 도보로 걸어 다닐 수 있고, 으슥하지 않으며 깨끗한 비교적 신축건물이라는 조건으로 집을 구했다. 2년 월세로, 2년간은 전세대출을 받았다. 지방러인 내가 두 번째로 본 집이다. 선정릉, 봉은사, 코엑스, 테헤란로 주로 내가 거닐던 곳들이 도보 가능하고 지은 지 9년 이내였으며 금액대도 당시 벌이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첫 계약했던 부동산은 네이버인지 피터팬지 정확하지 않다. 2년이 나 재계약을 할 때쯤 집주인 여사님 옥상 테라스에서 부동산 사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집주인과 티타임을 하는 경우가 흔할까? 집주인, 세입자, 부동산 의 티타임은 흔치 않을 듯하다. 여사님은 나에게 부동산 사장님을 소개해주셨다. 앞으로 여사님의 모든 부동산 물건을 관리하는 사람이며, 참 바른 청년이라 소개하셨다. 지내면서 궁금하거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라셨다. 여사님은 진주분이셨고, 부동산 사장님은 해남분이셨다.


소개를 받고 전세대출을 받으며 궁금한 , 준비할 서류들, 주의할 부분에 대한 설명, 그리고 개인경험으로 대출 관련 대응이 편리했던 은행의 컨택포인트도 소개해주셨다. 살면서 집주인에게 다이렉트로 연락하기에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 껄끄러운 부분들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면 나는 조사장님께 전화했다. 항상 반갑게 그리고 차분하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다. 30대 지방인의 자취생활에 겪게 되는 일상 속 어려운 상황들에 조금 더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소소한 팁들을 알려주셨고 그 팁들은 질문에 대한 해결을 넘어서 나에게 든든한 한 사람으로 자리했다. 부동산 사장님을 그리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그리 자주 통화한 것도 아니다. 지극히 일상 속 내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마다 연락했는데 그때마다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다. 매일보고 자주 보는 측근에 부대끼는 사람들보다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결혼 준비기간 임신사실을 알게 되 집과 짐을 정리해야 할 때도 사장님의 도움을 꽤 받았다. 본디 내가 다 정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임신과 결혼 준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혼란 시기, 상황을 아시고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도 대신해 주신 것이 많다.


결혼을 하고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은 아이사진으로 가득하다. 아이사진을 보며 일 년에 한 번씩 부동산 사장님의 안부 카톡이 왔다. 작년 3월 이사할 때도 부동산 사장님께 이것저것 많이 질문했다. 당장의 보수가 없는 일도 사장님은 성심껏 알아봐 주시고 신경 써주셨다. 나의 편협한 경험치로 형성된 기존의 '부동산 사장님'이라는 키워드 떠오르는 유들유들하고 능수능란한 이미지와 상반다. 담백하고 진정성이 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충실하게 본인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 그래서 되게 '좋은 사람' '선한 사람' 같다. 누구에게나 사는 곳은 큰 의미가 있겠지만, 자취인에게 의식주 중에서 주. 사는 곳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논의할 사람이 적다. 당장 집에 문제가 생기면 지방에 계신 부모님, 연인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 혼자 해결해야 할 때 소소한 일상의 순간 속 작은 도움들을 받았다.

 

도움  순간보다 시간이 꽤 지난 후, 결혼 하고 아이 낳고 엄마가 되어 육아를 하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 한가닥이 조사장님이다. 나와 아무런 연관 없는 사람이 건네는 도움이 더 와닿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나도 그 선함을 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치동 부동산 조사장님은 나의 귀인 20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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