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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국 유교어멈 자식농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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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추장와플
Nov 24. 2024
아들 둘, 목메달이라고? 아들이 둘인지, 셋인지...
아들부자 유교어멈
성
격
화끈하고, 의리 있는 치타여사와
기회만 생기면
실없는 개그를 치는 정봉이 아버지와
아들 둘,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네 집을 기억하시는가?
희한하게도 우리 집과 매우 겹쳐진다.
딸 하나, 아들하나는 금메달
딸 둘은 은메달,
아들 둘은 목메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도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처럼 딸 하나, 아들 하나를 원했다.
첫째의 태몽은 아주 예쁜 밤비가 나에게로 폭 와서 안기는 꿈이었다.
디즈니 밤비의 그 밤비 말이다.
사슴같이 예쁜 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들이다.
그리고 알고 보니 디즈니의 밤비도 남자사슴이란다...
사슴 태몽을 꾸더니, 이 놈은 사슴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그렇다, 일반 주택에
실제
사슴이 갇힌 것과 비슷하다
.
1호는 심심한 것을 못 참는다.
혼자여서 심심하니 형을 낳아달라고 했다.
이것이야 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죽어다
깨어
나도 형은 못 낳고, 반반의 확률로 여동생이나 남동생은 하나 낳아 줄 수 있다고 했다.
1호는 아기들도 좋아하고 동물들도 좋아해서
수
의사를 꿈꾸고
있고(꿈꾸는
건 공짜니까요)
,
10대 초반의 나이에 벌써부터 자식 둘의 염원이 있는 독특한 아이다.
그 어디에서도
자식 둘의 염원이 있는 십 대 초반의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즈그 아버지와 유대감을 형성하라고 악기를 배우게 했다.
하고 많은 악기 중에 불기도 더럽게 어려운 프렌치 호른을 골랐다.
가장 불기 어려운 악기로 오보에와 함께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냥 그게 마음에 든단다.
특이한 놈이다.
또 나를 닮아서 그런지 굉장히 현실적이다.
호른으로 먹고살래?라고 물었더니 "엄마, 이건 그냥 취미생활이야. 이걸로 먹고 살 생각은 없어."라고 한다.
이러다 얼굴 터지겠다
첫째가 아들이었을 때, 아 뭐 괜찮아. 두 번째는 딸이겠지라고 생각했다.
둘째의 태몽은 내가 핑크빛 솜사탕을 먹는 꿈이었다.
핑크핑크한 폭신폭신한 솜사탕, 이번에 100프로 딸이겠지.
그리고 단것이 자꾸 당겼다.
모든 것이 딸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태아가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 임신 초기에 하는 태아 DNA 선별검사(NIPT TEST)를 했고, 집으로 결과가 도착했다.
성별 항목을 보니 또 아들이다.
나는 결과용지를 벽에 던지고 엉엉 울었다.
딸을 갖고 싶었는데 또 아들이다.
둘째는 솜사탕처럼 예쁘다.
별명이 아련이인데 아련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슴과 솜사탕이 함께면 집안은 절대 조용하지 않다.
솜사탕인데 성깔은 있다.
즈그 아부지를 닮아, 무대위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코찔찔이지만, 현대무용을 하고 있다.
우리 집 얼굴
담당으
로 차세대 아이돌에 한번 기대를 걸어 볼 만 한데,
자기는 아빠처럼 드러머가
되시겠단다.
취향 소나무
인 것
도 즈그 아부지를 닮았다.
우리집 비쥬얼 담당 성깔있는 솜사탕
생각해 보면 우리 집 베짱이씨는 독수리오형제 집안의 넷째이다.
아들만 둘인 나도 나지만, 아들만 다섯인 시어머니는 어땠을까?
이것은 강려크한 집안의 내력이었던 것인가?
그나마 독수리 오형제 만화영화에서는 한 명은 여자다.
원래도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아들 둘을 키우다 보면 목소리가 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진다.
게다가 원래도 조신하고 차분하지 않지만, 아들 둘을 키우다 보면 축지법을 쓰게 되고, 생활체육인이 된다.
첫째와 며칠 차이로 태어난 친구의 쌍둥이 딸들이 있는 집에 가면, 문화충격을 받곤 한다.
무려,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색칠공부를 하고 있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는데, 가만히 앉아있다니!
우리 집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나는 아들이 둘인 엄마이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워킹어멈의 아침일과는 그야말로 헬이다.
나도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학교 등교시간이 다가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벨기에 복지국가라 누가 그랬냐!
여긴 급식이 없다.
점심 도시락을 싸 보내야 하고, 애들 과일도 챙겨야 한다.
바지에 다리 한짝 집어 넣는데 5분이 걸린다.
애들한테 옷 빨리 입으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내 얼굴도 울그락 불그락 해 진다.
어느 날은 분홍색과 초록색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아침 등교와 출근준비를 하는데,
어
김 없이 울그락 불그락 된 나에게 베짱이씨가 말했다.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동그랗게 말아봐."
뭔 소리 인가 싶고, 바빠 죽겠는데 짜증이 났다.
"아, 왜!!! 지금 늦게 생겼는데!"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손을 머리 위로 동그랗게 말았다.
"하하하, 얘들아. 엄마 좀 봐! 수박 같지? 수박이래요, 수박이래요!"
애들도 깔깔거리며 셋이 그렇게 같이 웃는다.
이 인간들이 증말
장난하나
.
내가 입고 있었던 대충 이런 느낌의 스웨터와 베짱이씨가 해보라고 한 자세
그렇게 남자 셋은 한참을 웃겨서 웃었고,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
었
다.
이런 실없는 개그를 치는 베짱이씨도 정봉이 아빠랑 참으로 겹친다.
밥때가 되면 어미새를 보는 간절한
삐약이의
얼굴을 하고, 남자 셋이 나만 쳐다본다.
베짱이의 요리는 먹을 만 하지만, 세월아 네월아, 오븐에 넣고 굽고
하면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다.
이미 허기져서 쓰러질 것 같은데 그제야 오븐에 넣고 구우면 뱃가죽이 등가죽에 거의 붙어 가려고 할 때쯤에야 끝난다.
그럼 빨리 할 수 있는 볶는 요리를 하면 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이것도 포기했다.
베짱이가 일부러 앞으로 자기 요리시키지 말라고 그랬는지도 모르나,
한 번은 한 수저를 먹으면 대략 1리터의 물이 필요한 세상에서 가장 짠 불고기요리를 만들어 내어 왔다.
앞으로 동양요리는 하지 마라.
뭐 시켜놓으면 세월아 네월아, 모든 게 다 재밌고, 애들과 함께 실없는 농담으로 사람을 기운 빠지게 한다.
내가 아들이 둘인지, 셋인지 나도 모르겠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쓴 것과 같이,
애는 착햐.
그래도 피카츄가 라이츄로 진화하는 것 마냥, 베짱이는 진화 중이다.
아들은 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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