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B, 카탈루냐미술관, 까스텔 데 몬주익
올 때부터 노계획이 계획이라 생각하고 왔다. 매일 차리던 밥상 안 차리고,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는 것이 이번 여행의 큰 목적이었기에 특별히 공부도 하지 않았고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여행은 운에 맡겼다.
(그런데 운이 억수로 좋은 건 무엇?)
즉흥적으로 첫날에 갔던 몬주익 구역으로 가기로 했다. 해가 두둥실 떠올라 따사롭게 비춘다. 이런 날은 무조건 뮤지엄 이런 실내 말고 밖을 구경해야 한다. 첫날은 카탈루냐 미술관만 갔던 터라, 몬주익구역을 구석구석 보지 못했다.
우리는 언덕 꼭대기에 있는 까스텔 데 몬주익(Castell de Montjuïc)/ 몬주익 성을 가기로 했다.
언덕꼭대기에 있지만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중세시대도 아닌데 꼭 내 다리로만 올라가라는 법은 없다. L2와 L3메트로역 빠랄렐(Parallel)에서 내려서 세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케이블카 텔레페릭 데 몬주익(Telefèric de Montjuïc)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가격은 아래와 같다.
https://www.tmb.cat/en/barcelona/other-transport-tmb/montjuic-funicular
그리 비싼 편은 아니고 게다가 경치와 바다구경에 최고이니 한번쯤 이용해 봐도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엄청난 고소공포증이 있는 관계로 패스! 돈 주고 임사체험은 사양이다.
두 번째 방법은 지하철 빠랄렐역(Parallel)에서 내려 푸니쿨라르(Funicular de Montjuic)라 불리는 언덕열차로 올라가는 방법이다. 지하철요금 안에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는 내 다리로 올라가는 방법인데 이미 어제 23킬로를 걸어 마지막 방법은 무조건 제낀다.
바르셀로나 교통편 10회 이용권 구입을 하고 내 다리로 대부분 해결하는 바람에 아직 교통권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하철+언덕열차로 몬주익 성에 가기로 했다. 언덕열차에 탄 지 3분도 되지 않아 우리는 언덕 위에 도착한다.
내렸더니 세상 멋진 경관이 펼쳐진다.
가족단위로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경관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에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스낵바도 있었다. 이걸 놓칠 우리가 아니다.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푸른 하늘을 보며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이토록 저렴한 가격에 빵과 베르무트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을 즐길 수 있다니. 지금 같아서는 왕도 부럽지 않다.
이제 몬주익 성으로 올라간다. 성까지 직선으로 연결된 길도 있지만 이 사람들...(내 친구들이지만 너무하다) 걷는 것에 정말 목숨 걸었나? 몬주익 성 주변으로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몬주익 언덕을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둘레길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결국 둘레길을 선택했다. 오늘은 많이 안 걸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직선코스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엄청난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맑게 개인 하늘, 반짝이는 태양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항구와 저 멀리 바르셀로나 공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많이 걸어도 둘레길로 오기를 너무 잘했다. 역시 바르셀로나 토박이 앙헬이 가이드를 잘하는구먼.
열심히 걷고 또 걸어 우리는 몬주익성에 도착했다. 몬주익 성은 17세기말에 지어진 성으로 주로 죄수들을 수감하는 감옥으로 쓰였다고 한다. 입장을 하려고 봤더니 입장료가 무료 12유로다. 볼 것 많고 감상할 것 많은 카탈루냐 미술관도 12유로였는데...
벨루치언니가 말한다.
"뭐야? 12유로? 박물관도 아닌데 12유로라고? 이 싸람들이, 이거 너무하네. 여기 안에 진짜 벽하고 공터 딸랑 있어. 이 돈 내고 보기엔 너무 아까워. 들어가지 말자. "
언니가 이곳에 살 때 아이와 함께 자주 왔던 곳이라고 했는데 추억 찾아온 여행이라도 벽만 보는데 12유로 내는 건 언니에게도 아닌 모양이다. 결국 사람이 생각하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
여기서 잠깐! 몬주익성은 매주 일요일 오후 세시부터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하루 종일 무료입장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시간을 제대로 맞춰오지 못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끝까지!! 그냥 걷자고 한다. 그래서 또 걷는다.
가다 보니 올림픽경기장이 나오고, 그곳에서 FCB가 경기도 하고 연습도 한다고 한다. 축구에 문외한이고 월드컵 때만 잠깐 축구를 시청하는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으나 이때 아니면 내가 FCB가 경기하는 곳을 볼 수 있을까 하며 열심히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았다.
내려오는 길, 하늘이 참 예쁘다.
결국 이날 (내 다리로) 이동거리는 30킬로 돌파. 내가 하이킹하러 바르셀로나에 왔나.
나는 몬주익에서 죽어라 하이킹만 하다 가지만 몬주익지구에는 몬주익성과 케이블카 말고도 볼 것이 정말 많다.
1. Font magica 폰타 마지카 /마법의 분수
여름이 되면 음악에 맞추어 물이 색색의 조명을 머금고 춤추는 마법의 분수가 된다. 여름시즌에 간다면 강추한다.
2. Poble Espanyol de Montjuïc/ 포블 에스빠뇰(스페인마을)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엑스포에서 스페인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려 지은 스페인마을이다. 본래 엑스포가 끝나면 철거하려 했으나, 바르셀로나는 이곳을 관광지로 계속 유지하기로 한다.
바로 옆의 카탈루냐미술관 콤비티켓(20 euro)도 있고, 밤에 방문하는 티켓(7 euro)도 있고 일반티켓(9 euro)도 있다.
https://tickets.poble-espanyol.com/
3.Teatre Grec 떼아트레 그렉/ 그리스 극장
그리스 극장이라 하여 고대에 지어졌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이곳은 1929년에 지어진 곳이다. 스페인마을이 1929년 세계엑스포 때 지어진 것으로 보아, 같은 년도에 엑스포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봄, 여름에는 꽃으로 가득한 정원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각종 공연장으로 쓰인다.
4.Fundació Joan Miró 푼타씨오 조안 미로/ 미로뮤지엄
말해 무엇하겠는가. 조안 미로의 뮤지엄도 이곳 몬주익 구역에 있다. 뮤지엄 건물도 매우 독특하고 건축학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이라 한다.
5.Piscina Municipal de Montjuïc (피씨나 데 몬주익 )
1929년의 하계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수영장이다. 1929년은 몬주익 구역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각종 문화시설이 건축된 시기인 듯한다. 몬주익 언덕 위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바라보며 수영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나도 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2월의 야외수영장은 너무 춥다. 여름에 온 다면 반드시 다시 가 보고 싶다.
오늘의 몬주익 볼거리 소개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여행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가는 시간을 잡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나는 돌아갈 곳이 있는 여자!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남자 셋이 있는 곳으로.
하지만 마지막은 불태워야지!
씨유 넥스트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