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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장와플 Jun 09. 2024

귓구멍에 딱지 지도록 칭챙총

참는 게 항상 답은 아니다.

길을 걷다 보면 수시로, 숨쉬듣이 듣는 칭챙총. 나의 16년 벨기에에서의 삶과 함께 했다고 보아도 좋을 이 단어...그나마 니하오나 곤니찌와는 양반이다. 그나마 남의나라 인사말이니 일단 의도는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하지만 칭챙총은 미개한 동양인아! 정도로 들린다.


무례하다. 정말 너무 너무 무례하다.

 

처음에는 내가 그냥 참고말지 라고 생각하여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위액을 내뿜는 나의 위는 무슨 죄이고, 앞으로 벨기에에 살게 될, 혹은 살고 있을 동양인들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말을 귀에 딱지 지도록 들어야 하는가.


-칭챙총 from 중동 이민자


내가 앞의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나라는 중동출신의 이민자가 많다. 이들은 주로 학력이 낮고, 이민 온 그 시대에 멈춰있다. 여자들은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검정 옷(부르카, 니캅)으로 몸을 칭칭 감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일단 이 이민집단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지 않아, 취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먹고 사는게 힘드니 자식교육에 돈을 쓴 여력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무한반복 된다. 이러한 계층은 서로 몰려 다니며 길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대마초를 거래하거나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정부에서도 캠페인을 벌이며 차별금지를 외치지만 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워낙 좋지 않아 캠페인 정도로 바뀔 것 같지 않다. (각종 매체들에서 벨기에가 인종차별국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이는 벨기에 기존의 백인들이 위에서 언급된 특정 이민계층을 꺼려하는것이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도 그럴것이 아시아 사람이 있어야 인종차별을 하던지 말던지 할 것이 아닌가. 여기는 아시아인이 별로 없다. 주로 매체에서 나온 인종차별 장면들은 해당이민 배경을 지닌,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위에서 언급된 부류로 예상된다. )


이들은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무엇이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지 전혀 관심이 없다. 일단 입에 풀칠 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버겁다. 교양과 예절도 사치다.

참다가 참다가 이들에게 방법을 바꾸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보기로 했다.



-칭챙총

-너 뭐라고 했니?

- 칭챙총이라고, 그거 너네나라 말이잖아. 중국! 까르르르

-야 벨기에 백인들이 너네한테 시꺼먼 원숭이 (Makak, 벨기에사람들이 중동 혹은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을 멸시하며 부르는 말, 원숭이의 한 종류)라고 하지? 그러면 너는 기분이 좋아? 칭챙총은 우리한테 그거랑 똑같은 말이야. 그리고 상대방이 어디에서 왔는지 정 궁금하면, 어디서 오셨어요? 라고 물어봐야지 않겠어?



라고 하면 이렇게 교육 못받은 사람 중에서도 대부분은 미안하다고 얘기를 한다. 만약 또 같은 얘기를 하면 구제불능이니 신경을 끄는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 그런 말을 들어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칭챙총 from white trash


또 한가지. 벨기에는 대학을 개나소나 다 가지 않는다. 대시작은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 모두가 할 수 있지만 졸업이 매우 매우 어려워 대학 졸업장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칭챙총 또는 니하오 따위를 말을 확률은 아주 적다.


만약 당신이 벨기에에 여행을 왔다가 백인에게 칭챙총이란 소리를 들었다면 그 백인이 벨기에 사람이 아닐 확률도 매우 높다. 벨기에는 소득이 높은 국가로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돈 벌러 많이 온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에 사우디로 건설노동자들이 간 것처럼 말이다.)


서양인들이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구분을 잘 못하 듯 우리도 서양인이 독일, 헝가리, 러시아, 루마니아, 벨기에인 인지 잘 구분을 못한다.


사실 중동이나 아랍에도 피부가 흰 이민자 (특히 지중해를 끼고 있을 수록)가 많이 때문에 관광객으로서 이 사람들을 구별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벨기에인이 당신에게 칭챙총이라 했다면 이런 부류의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들은 소위 화이트 트래쉬로 통칭되는, 백인 인종으로 태어난 것이 벼슬인 것 마냥 구는 사람 중에서도 교육수준도 낮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벨기에 16년을 살면서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그럼 어떻게 대응하냐고? 이런 사람들은 정말로 구제가 불가능하다. 만날 확률이 매우매우 낮지만, 이런 자들이 칭챙총이라고 했다면 그냥 소귀에 경읽기다. 그냥 똥밟았다 생각하자.



감격스러운 것은 내가 처음 벨기에에에 왔던 2008년과 비교에 한국의 위상이 어마어마 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국이라고 하면 North or South?가 지겹도록 붇었는데 이제는 나는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느니, 기생충 영화를 봤다느니, 비티에스의 팬이다느니, 긍정적인 표현 일색이다.


그렇다고 이제 칭챙총이라는 말을 안 듣느냐?  또 그건 아니다. 그냥 동양인만 보면 그런 저급한 표현을 휙휙 던지는 사람들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이곳에서 16년을 보낸 짬밥과 한국인 아줌마 특유의 깡으로 95프로 이상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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