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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장와플 May 27. 2024

축축하고 눅눅한 고담시티 뺨을 후려칠 벨기에 날씨

일 년에 거의 300일이 비 오거나, 흐리거나

1년에 200일가량이 비가 오고, 100일가량 구름 낀 날씨... 거의 배트맨의 고담시티가 장난 수준으로  날씨가 안 좋은 벨기에다.


벨기에보다 더 안 좋은 곳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극한으로 추운 지역도 있을 것이고 여름에 낮만 지속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이 일반적으로 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벨기에는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비가 오고 있다. 벨기에는 그냥 쥐똥만 한 나라니까 그냥 나라로 쓰겠다. 이곳은 날씨  좋기로 소문난 악명 높은 런던보다 비가 더 많이 온다. 더 흐리다.


날씨가 하도 안 좋아 사람들이 단거 먹고 기운이라도 내려고 초콜릿과 와플을 많이 특산품이 되었나 보다.


사람의 기분이란 게 얼마나 날씨에 좌우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네덜란드어 수업을 들으러 가면서도 비를 맞으며 가고 집에 올 때도 비를 맞으며 온다.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서 친구도 사귀고 하이킹도 갈 텐데...


날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과 거지 같은 날씨에 지쳐갔다. 점점 더 우울해졌다. 여느 때처럼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남편도 없던 날, 결국 울음이 쏟아졌다.



내가 왜 여기 와서 산다고 했지? 사람들은 또 왜 이렇게 불친절하고 친해지기도 어렵지? 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지겹도록 북한인지, 한국인지 물어봐? 앞으로도 계속 일도 못 하고, 계속 벙어리처럼 이렇게 살게 되면 어떻게 하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6월이지만 마치 한국의 10월의 썰렁함이 느껴지는 집안의 공기를 느끼며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빌어먹을 날씨!  빌어먹을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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