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요 Dec 02. 2024

가진 게 없는 사람은 가난한 거예요?



저녁식사자리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단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멈춘 딸아이가 '가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딸 : "엄마, 한 사람이 있는데요. 그 사람은 재산도 없고 집도 돈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요. 그런데 농사지을 땅만 아주 조금 있어요. 그럼 그 사람은 가난한 거예요?"


아들 : "누나 바보야? 농사지을 땅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어떻게 가난해. 그 사람은 가난한 게 아니지."

사춘기란 호수에 이제 막 발을 담그려는 아들은 제 누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비를 건다. 아들의 말에 누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라 살짝 훈계를 주고 말을 이어나갔다.  


"으음.. 가난이란 건 꼭 재물이랑만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부자들도 얼마든지 가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돈 말고 마음이 말이야. 그리고 네가 말한 사람이 눈으로 보기엔 가진 게 없고 가난해 보일 수 있겠지만 엄마는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예를 들어 지온이가 말한 그 사람이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심지어 부모님도 안 계셔. 주변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누가 봐도 상황이 너무 열악해. 하지만 스스로가 본인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본인이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그 사람을 가난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겠어. 또 반대로 물질적으로 가진 게 많아도 마음이 가난할 수도 있는 거야. 그러니 가난이란 건 상황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아끼는지에 따라 다른 게 아닐까?"


딸아이는 음식을 오물오물 씹다 말고 나의 대답에 빙그레 웃어 보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난의 사전적 의미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 또는 그런 상태'

가난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이다.

그러니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용기 내어 나아가는 사람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앞으로 너의 인생에 가난이 닥치더라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으면 되는 거라고. 믿음이란 노를 저어 인생이란 강을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가볍고 짧은 글 위주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주로 일상생활의 대화나 생각을 올릴 예정으로 딸에게 이야기하거나 편지를 쓰는 형식의 글이 되겠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형식도 같이 띄고 있으므로 읽는 이에 따라 본인에게 건네는 위로의 글로 받아들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글을 쓰며 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모든 흔들리는 이들을 위하여, 오늘도 제 이야기로 하여금 당신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